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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Dec 23. 2021

더 나은 관계를 바란다면....

가까운 지인을 만나는 자리였다

으레 습관처럼 내게 안부를 묻는다.

    

“방학인데 은영이는 서울에서 내려왔어?”     


“아니! 휴학하고 서울에 있어. 할 일이 많은가 봐!”

깊은 얘기를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아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 요즘 대학생들 취업이 안되니깐 다들 휴학하며 시간 끌더라. 용돈 달라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주지! 그 돈 받아 쓰고, 부모 잔소리 듣지 않고, 원룸에서 편하게 있지 왜 집에 오겠어!”     


지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나는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딸아이는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 한 학기를 휴학한 상황이었다. 학과 공부와 교환학생 준비를 병행하게 되면 유학 준비과정이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짧은 시간에 교환학생 준비를 마치려고 휴학을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한 아이는 아침 6시에 일어나 혼잡한 전철을 타고 강북에서 강남에 있는 어학원까지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등원하여 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점심은 샌드위치 하나로 간단하게 때우며 오후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울에서의 바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딸아이가 가고 싶은 학교가 영국 런던에 있는 학교였다. 런던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기에 그곳에서의 생활이 우리 가정에 부담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유학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이를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나 역시 아이의 생활을 자세히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     


그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긴 들었던 것일까?     

나에게 안부를 묻는 그 순간 그 마음이 ‘지금 여기’ 내가 말하는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삶을 대하는 방식과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상대의 말을 듣고,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고, 말하는대로 듣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기준과 판단으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보이는 대로 보지 않는 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과 같고, 말한대로 듣지 않는 것은 듣지 못하는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때론, 어떤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표현방식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는 이와 다르다.

     



우리는 세상이란 넓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관계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미숙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것을 경험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많은 것을 보며 느낀다. 아이의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느끼며 하루에 수많은 감정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경험을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계를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좀 더 나은 관계를 꿈꾼다면 나의 편견을 버리고 보이는 대로 보고, 말하는 대로 듣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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