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면
따라랑 쯔르릉 따라랑 따랑 따랑
따라랑 쯔르릉 따라랑 따랑 따랑
소리가 점점 가슴으로 파고들어
숨이 부산을 떨고
가야 할 채비 하라고 쿵쾅거려
어린 시절 놀이마당으로 데려가는 거야
실눈으로 머리를 두드려 떠올리니 초등 5학년 때쯤일 것 같아
장마철이기는 했지만
커튼을 치며 내리는 거야
마당을 넘어 방으로 들어오는 물은
발목을 타고 무릎 위로 거침없이 오르는 것에 놀라
식구들과 허둥지둥 밖으로 튀어 정신없이 둑 위로 올라 내려다보니
내 키 두 배가 넘었던 지붕 꼭대기가 점점 작아지더니 마을을 통째로 담가 버렸어
놀란 나에게
아버지는 다급히 소리쳤고
내 몸속까지 파고드는 비를 맞으며
두 동생 손을 잡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앞을 분간하느라 훔쳐댄 토끼 눈으로 고모댁으로 찾아갔어
집이 다시 마련될 때까지 머물러야 했는데
사촌 언니, 오빠들 눈을 피해
동네 또래아이들과 철길 옆에서 기차를 기다렸어
따라랑 쯔르릉 따라랑 따랑 따랑
따라랑 쯔르릉 따라랑 따랑 따랑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면
'야 온다! 온다!' 서로 소리치며 양손으로 귀를 꽉 틀어막고 숨죽이고 엎드려
'따랑'소리가 뇌를 뚫고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달려들어
떨어뜨리고 간 마른 고구마를 주워
호주머니에 마구 넣었지
주머니가 어찌 그리 작았는지 양손에 모아들고 있을 때
소리치는 오빠 언니들에 놀라 줄행랑치며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큼해서
동생과 마주 보며 씩 웃던 그 모습 그때가 보여 해죽이다
따라랑 쯔르릉 따라랑 따랑 따랑
따라랑 쯔르릉 따라랑 따랑 따랑
버스 뒷 꽁무니에 소리가 달려가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