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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ovis Feb 05. 2022

당신의 풍경은 어디에 있는가?

풍경을 다루는 인간의 시각적 접근

 풍경에 관한 예술 전시회를 다녀왔다. 두 명의 작가들이 물감이나 사진으로 담은 풍경은 그들이 세워놓은 나름의 패러다임으로 캔버스나 인화지에 표현해 전시했다. 내가 사진학과 과정을 통해 이룩하려고 했던 나만의 풍경에 대한 시각은 어땠는지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게 됐다. 내가 사진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작은 아버지께서도 취미로 사진 강의를 들으시고, 그 강의를 듣는 사람들끼리 작은 전시회도 열었던 경험을 하셨다. 그런 열정적인 취미를 갖고 계시면서 조카의 사진학 공부에 응원을 보내고 싶으셨는지 꽤 비싼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해주시려고 한 카메라 매장으로 날 부르셨다. 그러면서 그 카메라 매장의 사장님께서도 사진을 취미삼아 찍으시는 사진촬영 동호회를 운영하신다는 것도 알게됐다. 어찌저찌 나는 그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나도 사진으로 예술을 만드는 사진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긴 것이다. 어느 날 그 동호회의 소셜미디어에 들어가 회원들의 사진을 이리저리 구경했다.지금은 그 동호회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출입을 자주하지 않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카메라라는 장비 자체에 매혹되어 이것저것을 사서 써보는 것에 주로 재미를 붙였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풍경을 면밀히 관찰하고, 가까운 사물들에 대한 나름의 가치를 담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에 매우 집중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직장인은 주말을 반납하고 은하수 사진을 찍기 위해 무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나중에 그런 장비들을 사용하는 것에 고단함과 부담을 느껴 요새 들어 잘 만들어지는 휴대폰 카메라로 대체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그들은 그런 기록의 행위에 많은 노력을 들일 정도로 관찰하고 포착하는 것으로 성취감을 얻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들에게 풍경은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집중하여 사진에 담으려고 했을까?

분홍색에 가까운 저녁노을 빛에 잔뜩 매료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풍경: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


풍경은 사전적 의미 상으로 알 수 있듯이, 그 존재만으로도 주관적이다. 어느 장소의 모습을 바라보는 작자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거나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르게 설명하자면 풍경이란 어느 한 사람이 어느 장소에서의 사물이나 건물, 자연물, 지형 등을 경험이나 즉흥적인 평가를 통해 감상하는 여러 형태의 시각적 결과물이다. 여기서 그 시각 정보를 평가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순간의 주관적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에 형성된 시각적 이상향이다.

가상의 중앙선을 놓고 뵜을 때 대칭에 가까운 모양새에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게 됐다.

순간의 주관적 평가란 시각적 정보에 대한 감정적 해석을 기반으로 어떤 장소의 외형을 다른 요소들(빛, 구도, 사물들의 배치)과 함께 여러 매체로 기록하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 때 그 기록의 행위는 그 경험을 특정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했을 때 작자가 목적성을 가지고 행한 적극적 활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그 특정 가치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으나, 인간 활동 가운데에서 장기적으로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식당에 들어섰다가 식당 한쪽의 넓은 창들을 통과하는 붉은색의 일몰 광선이 식당 내부를 낮은 각도로 비추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빛은 깔끔하게 배치된 고풍스런 테이블과 의자들을 은은하게 비추며 마치 식당이 당신에게 멋진 저녁식사 시간을 선보일 준비가 됐다는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그 ‘풍경’이 있는 상상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만약 당신이 ‘식당’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빛’과 ‘가구’라는 오브제가 공존하는 그 순간의 정보를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풍경’이라는, 특정 가치를 지닌 시각적 정보로 판단한다면, 당신은 지체없이 어떤 형태로든 기록할 것이다. 또는, 한참을 시각적으로 음미하며 당신의 뇌 속 장기기억 부분에 저장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사물의 의인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만들게 한다

한편, 평소 개인이 갖고 있는 시각적 이상향이란 특정 가치를 지닌 미래의 어떤 장소의 모습에 대한 이상화된 이미지이다. 이 때 그 모습은 이전에 어떤 매체를 통해 접한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인간은 그 모습을 상상 속에서 재해석하고 재가공한다. 다양한 시점으로 배치된 사물들을 이전의 시각적 이상향을 기준으로 재배치하고, 그 시각적 결과물을 기억 속에 저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점에서 바라본 어느 장소의 모습을 봤다고 하자. 그 모습이 너무 아릅답거나 인상깊어서 당신은 그 장소에 대한 애착을 갖기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은 그 장소가 보여주는 구도, 특정 시간대나 날씨로 인한 햇빛이나 하늘의 색, 주변에 존재하는 오브제들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으로 배치됐을 때의 ‘풍경’을 뇌 속의 캔버스에 재가공할 것이다. 당신은 그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에는 기시감이 느껴지며 묘한 희열이 느껴질 것이다. 인지 신경심리학 박사인 크리스 물랭에 따르면 기시감은 과거에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 측두엽과 관련이 있다. 이 측두엽이 가끔 잘못 작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기억이나 '가짜 익숙함'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당신이 만들어온 상상 속의 모습이 이런 기시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풍경은 이미 그곳에 머물러 있다. 당신이 그곳에 가서 포착할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항상  자리에 머물러 있을수도 있다. 이러한 인상적인 피사체를 얻는 데에는 높은 관심과 날카로운 관찰력, 실행력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성취감도 크다. 당신의 풍경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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