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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an 05. 2024

도파민네이션

 written by 애나 넴키



동기 부여와 쾌락 사이의 차이를 두고 논쟁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도파민은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P68


 

도파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쾌락을 느끼거나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쾌락이나 특정한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매달린다면 문제가 된다. 바로 중독이다.


“도파민네이션”은 쾌락을 추구하는 현시대의 여러 중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초콜릿, 탄수화물, 카페인, 담배, 알코올, 디지털 중독은 물론 약물, 도박, 섹스 중독. 무엇이든 가능하다. 심지어 운동 중독도 있고 활자 중독도 있다. 이 중에서 작가가 중점적으로 탐구한 사례는 약물 중독이다.


중독이 무서운 이유는 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은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찾는 존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쾌락을 찾으면 찾을수록 고통은 늘어난다. 다른 말로 신경적응이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반복되게 노출되면 쾌락에 대한 반응은 약해지고 고통에 대한 반응이 강해진다. 내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현상.  


중독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작가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라. 나 자신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을 멈추거나 줄이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 이 책에는 중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부분은 ADHD 치료제였다.


우리나라에서 ADHD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이다.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해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켜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제품명으로는 리탈린이나 콘서타, 메디키넷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밖에도 ‘아토목세틴’ 계열의 약물이 있는데, 이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신경전달물질로 집중력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명으로는 스트라테라, 아토모테라, 아토목신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파민네이션”에 등장한,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암메타민 계열의 약물은 불법이다.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흥분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흥분제(에더럴, 리탈린) 처방률은 2006년과 2016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는데, 이는 5세 미만의 어린이까지 포함한 수치다. 2011년 주의력결핍장애 진단을 받은 미국 어린이 3분의 2가 흥분제를 처방받았다. P56


ADHD 치료를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도파민네이션”과 같은 책을 읽다 보면 약물에 대한 반감이 생긴다. 약물에 중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ADHD 증상이 호전된 상태에서 약물을 찾는다면, 그게 아니면 과거로 다시 돌아갈 서 같은 불안감에 단약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아직 아이는 약을 먹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 약물치료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들은 ADHD를 동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ADHD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불안이나 긴장을 낮추기 위해 약을 먹기도 한다. 아이에게 약물 치료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담당 소아정신과전문의는 약물치료를 할 만큼 아이가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을 뿐이다. 일단 약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여전히 시행착오 중이다.


데이비드는 피로와 주의력 결핍을 수면 부족과 과잉 자극이 아닌 정신 질환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 논리로 약물 복용을 정당화했다. 난 오랫동안 여러 환자를 만나면서 이와 비슷한 역설을 확인했다. 그들은 처방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구한 약으로 자기 관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했고, 이를 정신 질환의 치료 과정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더 많은 약을 원하게 됐고 독은 그들에게 비타민이 되고 말았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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