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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Mar 29. 2023

나이 많은 직원은 피곤해

중소기업 관리자의 넋두리

지방에 회사가 운영하는 매장이 있다. 특수상권이라 회사에서 욕심을 내고 덤볐고 매우 재미있진 않지만 수익이 그럭저럭 나는 곳이다.


문제는 지방이다 보니 인력관리가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생 여럿보다는 직원 + 아르바이트생 구조로 꾸리고 있는데, 문제는 아르바이트생보다 직원이다.


아무튼, 의도치 않게  지난 1년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 않은 큰 틀의 몇 가지 이유가 생겼다.


본인 뜻대로 한다

회사의 지침과 다르게 본인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 어떤 물품의 발주를 넣더라도 통계적 수치가 아닌 본인의 감으로 일을 하는 바람에 과한 발주로 물건이 폐기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너무나 바보 같은 손실이고 결국 그것에 대한 관리는 별 도리없이 만만한 나에게 와버렸다.


'없어서 못 파는 것보단 낫지'

되려 직원은 준비성 철저한 자신을 높이 치켜세우곤 한다.


 이 외에도 다양했지만, 언뜻 기억나는 몇 가지만 보더라도 이기적이다. 아르바이트생 근무시간표를 조율하고 작성하는데 본인 뜻대로 정한다. 물론 회사 이익에 극대화되는 목표였다면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인 일하기 편한 시간으로만 조정한다.


제일 매출이 많을 중요한 시간대에 맞춰 일하지 않고 제일 한가한 시간대에 맞춰 시간표를 작성해 보고한다


한 직원의 '라떼'와 '갑질' 때문에 하소연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직원에게 주의를 줬지만 듣질 않는다. 오히려 그 아르바이트생을 더 괴롭히려 하기에 그 마음을 되돌리기까지 하염없이 설명하고 설득했으며, 이 마저도 안 먹힐 땐 심각한 경고를 준 적이 있었다. 몇 마디로 해결될 이야기가 100마디를 해야 하니 힘이 더 들어간다.


이런 모든 지적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일하는 퀄리티 대비 임금이 높다.

연관된 경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은 부르고 본다. (지역적 특성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임금을 다 주고서라도 관리자인 내가 신경을 안 쓰게 해 준다면 (덜 쓰게만 해줬더라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르는 대로 줬지만, 현실은 하나하나 챙겨드려야 한다.


이럴 때 느끼는 감정은 똑같은 직장인인데 누군가는 챙겨야 하고 누군가는 노력하지 않는다는 불공평함이 매우 억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노력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오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업무스킬이 늘지 않았다. 이유 없는 여유만 늘었다.)


관리자라는 이유로 매출의 극대화를 노려야 하기에 참아야만 할까?  물론 이와 같은 추가적인 감정노동들이 내 보수로 찾아온다면야 기꺼이 하겠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이를 청구할 수 없게끔 만든다. 말하면 뻔히 사정 아는 놈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같이 일했던 분들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분들의 직급이 높지 않음에도 최근 1여 년간 겪어온 분들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고, 사실 계속 영리 활동을 하심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TMI지만 청소를 하셨던 분이 동사무소 무기계약직이 되셨다는 말을 듣고 정말 진심으로 기뻐했다. 지금도 잘하고 계시고 가끔 본인 업무 자랑도 하신다. 그분과 통화하면 마음이 참 밝아진다.


다 그렇지 않으니 편협하게 생각 말아야겠다고 항상 다짐을 하는데 오늘은 그냥 넘기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고쳐 먹어야지.


처음엔 '흉'보려고 글을 써내려 갔지만, 마지막은 '이너피스'


브런치라는 공간이 대나무숲인양 소리 지를 순 없지만  '하소연'정도 가끔 한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푸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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