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온도
다만 인상이 차갑고 말버릇이 거칠 뿐이지, 나는 아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뜨거운 것이 좋지도 않다. 그냥 어릴 때부터 그랬다, 머리 쨍한 차가움과 이글거리는 뜨거움이 싫어서 순대국밥도 아이스크림도 늘 한 김 두 김 식혀먹었다. 그래도 팍 식은 아쉬움 보다는 은근히 따땃한 게 좋지.
살아오며 맺는 인간관계들도 그랬다.
친구건 연인이건 불 붙는다 싶으면 화들짝 놀라서 뒤로 한 발을 뺐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당연히 잘 되기가 힘들다. 평화의 삶이 탐탁치않아 억지로 시련이라도 만들어 내듯이, 나는 매정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애매한 사람이 되어 격정적인 온도를 낮추는 데 열성을 다했다. 한 김 날아가도록, 뜨거워 데이지 않도록.
점점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투르고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화도 잘 안내고 크게 감격해하지도 않고 적당히 웃고 늘 잔잔하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차곡차곡.
붙을 지 안붙을 지 헷갈리는 오래된 풀을 바르듯이 자주 만나지 않고 크게 바라지 않게.
타고난 우울감과 열등감에서 기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는 일이 익숙해지도록 꾸역꾸역 담을 쌓는 건지도. 어쨌거나 편해서 좋지, 미적지근한거. 떠나기도 떠나보내기도 쉬우니까.
손가락 주름을 꼬집어서 모양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면 '몸의 수분 부족 상태'라는 글을 봤다,
물 좀 마셔야지. 미적지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