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이 9주 차
2개월 차 예방 접종을 했다. 이번엔 3가지 예방 접종을 위해 2개의 주사와 하나의 먹는 약을 복용했다. 오전에 예방 접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안겨서 잠을 자는 알콩이가 점차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윽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니 아이가 낑낑대기 시작했다. 열이 나는 것 같아 체온을 재보니 37.9도였다. 세상에. 접종 열이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혹시 몰라 부랴부랴 외출용 가방을 챙겨 야간 진료가 가능하고 입원실도 있는 소아과로 향했다. 전에 조카가 입원한 적이 있어 낯익은 곳이기도 했다.
야간 진료라 의사 선생님은 한 분뿐이고, 거의 1시간을 기다려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100일이 안 된 신생아는 입원을 할 수 없다며 해열제 처방을 하려던 선생님은, 아이가 낑낑대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아무래도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소견서를 써 주셨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에 당황하면서도 괜찮을 거라고 되뇌며 부부는 근처의 A 대학병원을 찾았다.
A 대학병원 응급실은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는 격리실에서 진료를 봐야 하는데 격리실이 하나뿐이란다. (소아 격리실이 하나라는 이야기였을까.) 그런데 얼마 전에 환자가 입실해서 3, 4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란다. 그렇다 하여도 비도 오는 늦은 저녁에 3, 4시간을 고열이 나는 아이를 기다리라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진료를 포기하고 B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B 대학병원 응급실은 진료가 가능했다. 이곳 역시 코로나 검사를 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렸지만 그래도 아이와 엄마 모두 검사를 하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1인만 들어갈 수 있어서 나는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소변 검사와 피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높아서 입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바로 집으로 갔다. 66일 된 아이에게 필요한 게 너무나 많았다. 거의 반 이사 수준이랄까.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아이가 다인실에 입원했다. 밤새 한 숨도 못 잔 나와 짝꿍. 모든 입원실은 코로나로 인한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자 1인만 상주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인 보호자에 한해서 교대가 가능하단다. 그래서 낮에는 짝꿍이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내가 돌보기로 했다.
다인실의 앞 침상에는 천식을 앓는 아이가 있었다. 몇 분 간격으로 기침과 가래를 뱉어 내었다. 옆 옆 침상의 아이는 기침을 자주 했다. 아무리 커튼으로 가리고 있다지만 코로나 시대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없던 병마저 걸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양쪽에서 기침을 하니까 알콩이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고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낮에 1인실로 옮겨야 했다.
신생아가 고열로 입원하면 병원에서는 각종 검사를 한다. 왜 아픈지를 모르기 때문에 소변 검사, 피검사, 심지어 뇌척수액도 뽑아서 검사를 한다. 거기에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를 맞고 균,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무슨 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에 아이가 아픈 것인지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목요일 저녁에 응급실을 찾아 금요일 새벽에 입원한 알콩이는 그다음 주 목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열은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내린 상태였지만 항생제를 계속 투약하니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켜보면서 내가 아플 때 아버지, 어머니의 심정이 이러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내 아이가 아픈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이 일주일 동안 내 체중이 4kg 가까이 빠졌다. 회사에서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여름휴가를 당겨 쓰는 것으로 처리를 해주었다.
알콩아. 이제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