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결국 일은 해야 하지 않냐.
그럼 저 사람이랑 같이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런데 화를 내서 뭐 하느냐, 뭐가 해결되느냐.
이런 식의 논리와 자기 위안이 지겹다 못해 역겨울 때가 있다.
그럼 나는 항상 참아야 하는지, 그 인내로 자신을 괴롭히고 힘들게 해야 하는지, 윗사람은 있는 대로 짜증을 내는데 나는 정당한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는지, 애초에 맞는 말 하는 게 분노인지. 그래, 나는 너랑 너희들이랑 같은 인간이 아닌지. 몸의 모든 구멍으로 분노라는 뜨거운 질문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그걸 고스란히 삼켜내면 그 분노가 몸에 스민다. 알 수 없이 뱃속 깊은 곳 어딘가에 가라앉아서 메식 꺼린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때론 자신도 잊어버린 지 한참인 때까지 남아 녹아든다.
오랜 소화불량은 이런 소화하지 못하고 스며들어버린 분노 때문일 것이다.
내 배를 열어보면 그 어둡고 차게 식은 분노의 잔재들이 가득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