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스케줄을 위한 출근길에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하와이로 여행 간다면? 길거리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스몸비족(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늘자 하와이에서는 2017년부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산만한 보행금지법'을 시행 중이라는 것이다. 처음 적발 시 15~35달러를 물고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99달러(한화 약 13만 원)까지 부과된다고.
사실 긴가 민가 했다. 하와이에 그런 법이 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고 주변에서 그런 벌금을 물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엔 그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법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모를 때는 상관없었는데 알고 나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괜히 스마트폰 잘못 봤다가 내 피 같은 돈 13만 원을 벌금으로 날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이번 하와이 스케줄에서는 진짜 사람들이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나 안 하나 그것만 보게 됐다. 그래서 결론은? 맙소사, 우리나라처럼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간혹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간판을 번갈아보며 길을 찾는 정도가 전부였다.
부랴부랴 묵고 있는 호텔 컨시어지 직원에게 스마트폰 보면서 걸으면 벌금을 문다는 게 진짜인지 물었다.( 이즈잇 일리걸 투워크 와일 루킹 앳더폰?). 아! 그거 횡단보도에서 사용하면 불법이야.
호텔 직원은 실효성을 떠나 사람을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를 높이 사서 대부분의 하와이 주민들은 그 법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도 말했다. 횡단보도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도에서도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하는 모습은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고백하자면 나도 길을 걸으면서 카톡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하는 일들이 잦은 편이다. 이것 때문에 남편한테 잔소리 깨나 들었다. 사실 밖에 나가보면 특히 혼자 있는 사람은 대부분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는 그 상태 그대로 걷고, 길을 건너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린다. 너무 익숙한 장면이라 그게 위험하다는 인식조차 흐릿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게다가 서울은 특히나 보행자 도로가 더 이상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배달 오토바이며, 전동 킥보드며, 자전거들이 아슬아슬한 간격을 두고 사람들 옆을 쌩쌩 달린다.
그동안 사고가 안 난 건 내가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앞뒤좌우를 잘 주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올해부터는 나와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길을 걸으면서 스마트폰 사용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