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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Aug 15. 2021

아기 오리 문디의 특별한 여행

 울창한 올빼미 숲과 물컹물컹 늪을 지나면 흔들흔들 갈대 연못이 있어요. 갈대 연못에는 오리들이 사는 오리마을이 있답니다. 오리마을에 사는 오리들은 오늘 하루도 바삐 보내고 있어요. 아침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 오리, 멋진 깃털을 관리해주는 미용사 오리, 오리마을을 지키는 경찰 오리도 보이네요. 모두가 바쁘게 일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오리마을의 하루는 가수 오리들의 노래로 시작해요. 가수 오리들이 노래를 합창하면 밤새 꿈나라에 있던 오리들이 잠에서 깨어나요. 가수 오리들은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같은 노래를 같은 박자에 부르고 있죠.

 오리마을에서 미용사 오리들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수영하느라 젖은 오리 깃털을 잘 말려주고 다듬어줘요. 똑같이 생긴 앞치마를 입고서 말이에요.

 오리마을을 지키는 경찰 오리들은 일제히 족제비 숲을 경계하고 있어요. 언제 족제비가 오리마을을 공격할지 모르거든요. 똑같은 제복을 입은 경찰 오리들은 새카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요.     


 오리 마을에는 모두가 섞여서 함께 살아가고 있죠. 합창을 하는 가수 오리들도, 앞치마를 두르고서 일을 하는 미용사 오리들도, 오리마을을 지키는 경찰 오리들도 모두 다 비슷비슷해 보이군요.


 그런데, 잠깐만요!

저기 갈대 연못 서쪽을 보세요. 어쩐지 다르게 생긴 오리 한 마리가 보이나요? 혼자만 부리가 검은색인 자그마한 오리가 있군요. 바로 아기 오리 문디예요.     

 붓꽃 사이에서 홀로 놀고 있는 아기 오리 문디는 검은 부리에 꾀죄죄한 회색 깃털을 가졌어요. 아무리 열심히 닦아보아도 부리와 깃털 색깔은 그대로였죠. 글쎄, 미용사 오리마저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네요.


 아기 오리 문디는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에요. 오리마을에서 종종 혼자만 다른 동작을 하기도 하지요. 어제 아기 오리들의 수영 연습 시간이었어요. 다른 아기 오리들은 모두 무지개 연못 방향으로 수영을 하는데 문디는 홀로 엉뚱한 방향으로 헤엄쳤데요. 하마터면 흘러흘러 강을 따라 두루미 습지까지 갈 뻔했다는 거예요. 다행히 순찰하던 경찰 오리들이 문디를 발견해서 겨우 데리고 왔다는 거 아니겠어요?

 노래를 부를 때는 또 어떻고요. 가수 오리들이 일제히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문디는 홀로 다른 음정과 다른 박자로 노래를 불렀죠. 아마도 문디는 가수 오리가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어느 날, 한 오리가 문디에게 이렇게 소리쳤어요.     

"넌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그러자 마을 오리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아기 오리 문디 탓을 하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비가 내리는 것도, 메뚜기가 떼로 몰려다니는 것도, 진흙에 발이 빠져버린 것도 모두 문디 때문이라고 말이에요. 미움을 받은 아기 오리는 훌쩍이며 말했어요.     

"난 정말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난 다른 오리들과는 달라.“     


  자그마한 아기 오리는 긴 한숨을 쉬었어요. 그리고 결심한 듯 말했어요.     

"오리 마을, 난 여기를 떠나야겠어"     


 이튿날 아기 오리 문디는 짐을 챙겨 아무도 가보지 못한 비밀의 숲으로 향했어요. 어두운 비밀의 숲을 지나 눈 덮인 높은 산을 넘었어요. 장수거북을 따라 깊은 바다를 건넜어요. 낙타와 함께 메마른 사막도 건넜고요. 드넓은 순록 숲도 지났어요. 이제 아기 오리 문디는 어떻게 될까요?     




 문디의 깃털에 줄무늬를 그려주면 어떨까요? 히말라야에서 만났던 인도 기러기와 쌍둥이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문디의 부리를 빨갛게 염색해보면 어때요? 혹시 알아요? 코가 빨간 루돌프가 사실은 아기 오리 문디였는지도요.

  

 문디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걸었어요. 어쩌면 문디와 똑같이 생긴 형제자매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다시 겨울이 되었어요. 문디는 이윽고 백조 호수에 도착했어요. 이곳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곳일까요? 문디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친구들을 보며 소리쳤어요.    

”와, 이럴 수가!! 믿을 수 없어. 나랑 똑같은 친구들이 무지무지하게 많아!”

     

 그런데, 잠깐만요! 저기 풀잎 사이를 보세요. 어쩐지 다르게 생긴 백조 한 마리가 보이나요? 혼자만 깃털이 온통 검은색인 흑조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네요. 문디는 알고 있어요. 이 흑조도 외톨이라는 걸요. 문디는 말했어요.     

“불쌍한 흑조야, 네 마음 이해해. 나도 한때는 외톨이였어.”


 흑조가 말했어요.

“아니 그렇지 않아. 난 이렇게 좀 튀는 게 좋거든. 나는 외톨이가 아니야. 너도 해 봐. 나처럼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말야”     


문디는 하루종일 고민하다 마침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어요.

“그래, 내 모습 그대로 살아보는 거야.”     


문디는 날개를 펴고 활짝 웃었어요. 그리고 고향을 떠날 때 가져왔던 가방을 꽉 움켜잡았죠.

“미안한데, 난 다시 돌아가야겠어"

”잘 가. 친구!“     

둘은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요.


높은 산과 깊은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이 시작되었어요. 환한 보름달이 떠 있는 긴 밤이 지났어요. 해가 눈부시게 빛나는 낮이 되었어요. 사막을 건너고 순록 숲을 지나서···.  드디어 흔들흔들 갈대 연못에 도착했어요!     



 오리마을에 사는 오리들은 오늘 하루도 바삐 보내고 있네요.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저기 누가 돌아왔는지 봐요!

”우와~ 저기 좀 봐! 문디가 돌아왔어. 부리가 검은 게 문디가 틀림없어!“     


 오리들이 기뻐서 소리를 질렀어요.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말했어요.

”우린 정말 네가 보고 싶었어. 외톨이야“

”넌 남하고 다르다는 게 정말 멋진 것이라는 걸 우리한테 알려 줬어“   

  

 사실이에요! 자세히 보세요. 많은 오리들이 알고 보면 서로 다 달라요. 깃털 모양도 조금씩 다르고 노래를 부를 때 목소리도 다 달라요. 수영할 때 움직임도 조금씩 다르다니까요. 한 마리, 한 마리가 다 특별해요.  모두가 슈퍼스타에요!  

    

아기오리 문디는 이제 알아요. 지금 모습 이대로가 좋다는 것을요. 오리마을은 그렇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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