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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Apr 14. 2021

밤이 깊었네

밤이 될수록 정신이 또렷해진다. 미라클 모닝까진 아니더라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 길고 유익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습관화되기엔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잠들 때 작은 소음을 일부러 곁에 남겨두는 편이다. 예를 들면 배경음악 같은. 어릴 때는 아예 불을 켜 둔 채 잠들기도 했다. 새벽 한 시면 TV에서 애국가가 나오던 시기였고 얼른 자라고 다그치는 엄마 목소리에 라디오 전원까지 끄고 나면 내가 기댈 수 있는 백색소음 같은 건 사라졌다. 그래서 조명에 의지했던 것이 아닐까. 그마저 가끔 친척 집에 놀러 갈 때면, 여럿이 함께 잠든 방에서 내 맘대로 불을 켤 수도 없어 밤새 난감했다.


아날로그 세대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성장한 내 기억에 의하면, 예전에는 서로의 대화도 감정도 잠시 쉬어가는 오롯한 새벽이 존재했다. 서로의 연락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SNS나 카톡 메시지도, 거리의 반짝이는 간판들도 없어 그저 잠들어야만 했던 길고 어두웠던 새벽이 떠오른다. 느리지만 압축된 진심이 담겨있던 그 시절의 메시지도. 하지만 늦잠으로 나를 바람 맞힌 친구에게 핸드폰이 없어 연락도 못하고 마냥 기다린 때를 생각하면 새삼 놀랍긴 하다. 내가 정말 옛날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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