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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Jan 04. 2022

브런치는 어떤 곳일까?

 

재작년 겨울에 두 번만에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고, 마치 매일같이 글을 올릴 것 같던 결심이 빛을 바란 지 벌써 오래되었다. 글을 올린 지 60일이 지났다며 작가님을 찾는 브런치 알람을 스킵한지도 몇 번이 지나버렸다. 하루의 유일한 즐거움인 산책 도중에 가끔 글감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에세이라는 키워드를 붙이기엔 소박한 짧은 일기에 가까웠고 점점 브런치는 친해지고 싶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두 세 문장을 적다 보니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기 위해 짧게 적어냈던 집필 계획이 떠오른다.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에 대한 정보를 담아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만 같은 그 목차에 아마 브런치 승인이 되었을 것인데, 다시 보니 조금은 과장된 자기소개서를 보는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한 다섯 분 내외의 감사한 분들이 계셨다. 감사한 건 진심인데 두 번은 방문하지 않을 듯한 고객의 쿨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정확히 무엇을 바란 건지 모르겠지만 그 짧은 몇 편의 글 속에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이 숨어있던 걸 생각하니 낯이 붉어진다.


예전에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인상 깊었던 일은 딱 봐도 정신없이 바쁜 의사들이 취미 생활을 더 적극적으로 즐긴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어 에세이집을 내는 등 예술적인 소양을 지닌 분들도 적지 않았고 좀처럼 무엇을 미루거나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조금도 없었다. 뭐 그렇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과 단순 비교할 부분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삶의 엔진이 켜져 있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혹은 출근 전 새벽마다 장문의 글을 한 편씩 남기는 많은 브런치 작가들도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분들이 아닐까. 다른 방향으로는 최대한 오랜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영감이 택배처럼 오길 기다린다는 김영하 작가님의 말도 떠오른다. 알쓸신잡에서 1%의 영감 같은 주제로 했던 말 같은데 정확한 기억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 결론은 그냥 쓰는 것인데 무엇인가 자꾸 나를 망설이게 한다. 단지 게으름일 수도 있겠다. 부지런한 삶의 동력 혹은 꾸준함 둘 중 하나를 빨리 얻어야 할 텐데, 사실 다음 게시글이 또 언제쯤 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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