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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27. 2024

서울국제도서전, 모골이 송연한 순간!

어제 일을 떠올리면 문득문득 그 순간으로 돌아가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선 글을 쓰기 전에, 이 표현이 맞는 건지 검색창을 두드려보았다.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

[모골 毛骨]
명사/ 털과 뼈를 아울러 이르는 말.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모골이 오싹해졌다.

관용구/ 모골이 송연하다
끔찍스러워서 몸이 으쓱하고 털끝이 쭈뼛해지다.

모골이 송연한 내전 학살극의 참상!
지금 생각하니 그 무심히 한 말이 그 계집애에게 치명상을 줄 줄을 누가 알았으랴. 지금도 생각만 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나도향, 꿈>>

[송연 悚然]
'송연하다(두려워 몸을 옹송그릴 정도로 오싹 소름이 끼치는 듯하다)'의 어근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모골이 송연하다'는 관용구로 몸이 으쓱하고 털끝이 쭈뼛해진다는 의미다. 아, 정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그 순간 털끝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으니까.


그 순간을 위해 어제 참여했던 '국제 도서전'으로 돌아가본다. 평소 같으면 혼자 휘~ 둘러보고 왔을 텐데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인스타그램에서 인사만 하고 지내던 분께 국제도서전에서 만나자고 dm을 보냈다. 그분이 극 내향형이라고 해서 나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서로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그리고 어제 전시장 내 카페 자리가 만석이라 어정쩡하게 서서 인사를 나누다 그대로 같이 전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하나하나 감탄하고, 그분은 3.3만 나는 2.2만 인플루언서라 서로 영상과 사진 찍기 바빠 어색한 줄 몰랐다. 그분이 국제도서전 한 부스에서 광고가 들어와 체험을 해야 한다고 해서 흔쾌히 함께했고 내가 영상도 찍어주었다. 우리는 삘?! 을 받아 사람들이 많은 한복판에서 릴스 챌린지 춤을 추었다. 이 영상을 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짧은 순간 기획하고 영상을 찍기까지... 20분? 아니 10분도 안 걸렸다.


둘은 꽤 만족스러워하며 서로가 좋아하는 출판사를 함께 찾아다녔다. 그리고 문제의 그 일이 있었던 출판사 부스에 도착했다. 마케터님께서 날 알아보셨다. 해당 출판사 행사에 참여했었고, 마케터님과 공동작업자로 릴스도 올린 적이 있었으며, 최근 그곳에서 책을 내게 되어 10월 출간 예정이다.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곳이었다.  못 알아보셨던 분들이나 멀리 계셨던 분들도 "아~~ 선생님!!" 혹은 "앗 우리 인플루언서님~~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어요!!" 등등 다양한 리액션과 함께 반겨주셨다.


헤르만 헤세 스탬프를 찍는 체험을 하고 즐겁게 돌아왔어야 했는데... 함께 갔던 분이 그곳의 굿즈에 흠뻑 취해 구매를 하실 거라고 한참을 고르고 계셨다. 조금 무료해진 나는 스탬프 찍는 여성 세 명의 무리가 깔깔 거리며 숨 넘어가게 좋아하시는 걸 보고 말을 걸게 되었다.


"엄청 좋아하시네요~~~"


사실 이 말은 정확히는 스탬프 찍는 걸 도와주고 계신 출판사 관계자분께 한 말이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 해졌다! 무슨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그렇게 웃고 떠들던 세 명의 여성이 순식간에 얼굴이 굳었고, 그중 가장 키가 큰 여자는 거의 나를 째려보다시피 했다.


'엥?! 이게 무슨 일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준비하신 보람이 있겠어요~"라는 다음 말을 체하기도 전에 숨 막히는 공기 때문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말했다.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이죠..."


아!!!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던진 말이 그들의 행복을 깨트렸구나!!! 소소한 행복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들렸구나!!!


"저도 이거 찍으면서 엄청 좋아했어요~~ 완성된 거 너무 이쁘죠?"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의 말에, (그것이 욕이나 조롱이 아닌 이상) 그렇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이렇게도 누군가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을 텐데 그들은 달랐다. 하여 더 이상의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매우 죄송스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가 지나도 이 장면이 가시질 않는 거 보니... 내가 요즘 참 걱정 없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환대받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프리랜서라 늘 집이나 SNS 환경에 갇혀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 웃으며 건넨 말에 죽자고 째려보는 사람을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분의 삶이 얼마나 팍팍할지 가늠이 안 된다.


/


여기까지가 저의 입장입니다만,

잘못한 점이 있으면 많이 지적해 주세요>_<

자나 깨나 말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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