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씨젠을 의심해?
시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사고 싶었다. 고체연료 관련주이기 때문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난리가 났다. 전날 시외부터 심상치 않더니 아침에는 실검에 등장했다. 새로운 테마주의 탄생이다.
매수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소문난 잔칫집에는 먹을 게 없다. 어제도 그랬다. 모더나 테마주인 파미셀을 샀다가 피를 봤다. 모더나와 파미셀이 실제로 관련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들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이런 뇌동매매로 잃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어제 당한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다. 오늘은 아니다.
잘 참아냈다. 시초가 고점이었다. 비츠로테크 빼고는 모두 흘러내린다. 어제 파미셀로 잃은 것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씨젠이 올라갈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날아갈 줄은 몰랐다. 시초부터 튀어 오르더니 금세 23만 원 전고점을 돌파했다. 바이오니아도 부랴부랴 따라나선다. 오늘은 장 마감 후 웃을 수 있겠다.
수익률 5%를 달성하자 팔고 싶어졌다. 매도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직장 동료 D가 말렸다. 그는 씨젠의 신봉자다. D는 나에게 씨젠을 의심하느냐고 물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 죄를 저지를 뻔했다. 씨젠에는 한계가 없다.
씨젠은 너그럽다. 불경죄를 지을 뻔한 나를 데리고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점심때쯤 24만 원을 돌파해 상승 VI까지 발동됐다. 천국에 온 기분이다.
수익률 9%에 씨젠을 팔았다. 아무리 씨젠이라도 더는 무리다. 무엇보다 어제 잃은 돈을 메꿔놔야 마음이 놓인다. 함께 오른 바이오니아까지 처분하니 전일 손해가 모두 메워졌다. 홀가분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고민 끝에 LG화학과 엘앤에프를 매수했다. 모두 2차전지 관련주다. LG화학은 금요일에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성적이 괜찮다면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양극활물질을 생산하는 엘앤에프는 LG화학과 연동해 움직인다. 마침 엘앤에프에는 추세 전환을 알리는 데빌메이크라이 캔들이 떴다. 크게 웃거나 울거나, 둘 중 하나다.
테스를 산 건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며칠 전 D가 추천했던 종목이다. 지난주 잭팟을 터뜨리더니 가라앉는 모양새다. 테스의 차트를 확인한 순간 훅 떨구더니 5일선에 붙었다. 국산화가 시급한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인데, 못해도 5일선은 유지할 거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회사명이 마음에 든다. 테스, 내가 좋아하는 소설책과 이름이 같다. 바로 매수 결정. 한데 나중에 찾아보니 둘이 스펠링이 다르다. 조금 불안해졌다.
밤잠이 안 오는 건 씨젠을 안 들고 있기 때문일 테다. 그만큼 내 포트폴리오에서 씨젠의 존재감이 크다. 너무 오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은 코로나 시대, 씨젠 시대다. 의심하지 말자. 내일의 할 일은? 완벽한 재매수 타이밍을 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