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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Jul 17. 2023

눈물 젖은 떡볶이

지난주 열 살 아들에게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수학학원, 영어학원 하나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매일 하기로 한 학습계획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평소 쉽게 풀 수 있던 문제들도 집중을 못하고

문제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만 짜증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화를 낼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매일 반듯하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겠어요.

어떤 날은 하기 싫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겠죠.

우리도 그랬었잖아요.


하지만 아들의 공부습관에 대한 엄마의 불안감 때문에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화가 나긴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으니 맛있게 밥은 먹어야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가 도착해서

아들을 불렀습니다.


화도 나고 미안한 마음에 정겹게 이야기는 못했지만,

떡볶이를 한 움큼 떠서 아들의 앞접시에 놓아주었죠.


화가 났어도, 혼이 나도

떡볶이는 맛있긴 합니다.





다음 날, 다 같이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남편은 딸과, 저는 아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딸이 아닌 아들과 손을 잡고 걷는 것이어서

손을 잡은 채 기분 좋게 앞뒤로 흔들며 가고 있었죠.


그런데 그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나 어저께 감동받아서 눈물이 조금 났었다?”
“왜?”
“엄마한테 혼나고 나서 엄마가 기분이 안 좋을 줄 알았는데,
엄마가 내 그릇에 떡볶이를 많이 덜어주는 거야.”
“하하, 엄마가 화가 났었던 건 맞지만,
그건 OO이의 행동에 대해서 화가 났던 거고,
OO 이를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 화를 낸 것이 아니야.
그렇다고 밥을 안 주겠어? 하하”


무심코 덜어준 떡볶이 한 움큼에

감동을 받았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론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행동 하나에

울고 웃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그다지 부드럽지도 너그럽지도 않은

엄마라서 그런가 싶은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얼른 덧붙여서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화가 날 때도,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엄마는 항상 너를 사랑해.”



그러자 아들이 꽉 잡은 손을 더 힘차게 흔들어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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