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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Feb 21. 2023

72시간 만의 꿀잠

간병일지 

어젯밤에는 꿀잠을 잤다. 밤마다 치매 증상을 보이시던 옆자리 할아버지께서 1인실에서 주무셨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고 나니 무거웠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고 목덜미가 뻣뻣한 증상도 없어졌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바나나 단지 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듯한 기분이 든다. 상쾌하고 달콤하다. 


수면 부족으로 한창 괴로웠던 순간에 읽었던 책이 있다. 그중에 와닿았던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지금 여기' 또는 '이 순간'이라는 용어를 포함해서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상실감을 의식하고 있어.' 또는 '이 순간, 슬픔이 느껴져', 또는 '바로 지금 여기, 나는 분노를 알아채고 있어'라는 말은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이 본디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도록 도와줍니다. 생각과 감정은 날씨처럼 계속 변합니다. 어떨 때는 기분이 좋아지고 어떨 때는 나빠지죠.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슬픔을 느낀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어를 바꿔 '이건 한순간이야', '지금은······의 순간이야', '이건 지나가는 경험이야'처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러스 해리스(2022),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 55쪽.]


잠이 모자라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쉽게 짜증이 났다. 그래서 이 책을 명상하듯 읽었다.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이 본디 일시적이라면, 상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며칠간의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글벗들 덕분이었다. 나의 글을 마음으로 읽어주고 깊이 공감해 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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