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게, 시간관념 없이 이렇게 흐르는 대로 살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해가 올해, 2024년이었다.
나는 원래도 게을렀고, 때때로 무기력함이 수시로 찾아오기에 이런저런 이벤트로 나를 묶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올해는 그런 습관도 버리고, 정말 흘러가는 시간대로 살아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편안함이 있었고, 때때로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했었다. 나는 이러다 엉망진창이 될까? 아니면 완벽한 외톨이가 될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무색무취한 투명인간이 되어 있었다. 최근 일주일간 두 번의 모임에 참석했다. 올해는 사람들과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회사 외에는 속세를 떠난 사람처럼 만남을 멀리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변화가 있었다. 이직에 성공한 사람들, 올인했던 자녀 교육의 결실, 새로운 취미를 더했거나 한 단계 올라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눈이 커졌다. 흘러가는 대로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나는 화성에서 지금 막 지구에 도착한 사람 같았다.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성실함이라는 습관과 인생의 행운이 겹쳐진 사람들 속에서 과거에 멈춰있는 나는 유별나게 동떨어져 보였다. 나는 오랜 시간을 편안함과 게으름 사이를 오가며 헤엄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직진하고 있을 때, 혼자서 한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게으른 일상 속에서도 어떤 편안함이 있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편안함도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안온함이란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적당 선에 있을 때만 느껴지는 테두리였다. 무형식을 살아가는 나에게 오랜만의 지인들과의 만남은 특별했고, 강렬했다.
그래서였을까? 지역도서관에서 열리는 독후감 응모제에 방금 짧은 글을 올렸다. 새로운 이벤트가 나를 새롭게 하리니. 여기저기 궁금해하고 도전해 보는 상큼한 시작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