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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Oct 03. 2023

하푸나비치 주립공원이 미국의 10대 비치라고요?

우리가 간 비치 중에 제일 안 좋았다 D+3

미국 전체에서 손에 꼽힌다는 Hapuna Beach State Park. 무려 $30이나 결제하고 들어갔던, 우리가 빅아일랜드에서 간 바다 중에 유일하게 돈을 들여서 들어갔던 그곳. 입구에 "No Water"라는 팻말이 보일 때 미리 짐작했어야 했는데.. 그곳에는 Running Water가 없었다.(꽤 오랜 기간 공사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하푸나비치 웨스틴이나 호텔 쪽 사람들은 이런 게 상관없을 듯)  그리고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어댔다. 이 날 알았다. 우리 막내에게 거친 파도는 쓰나미와 같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오전에 리조트에서 야심 차게 빌려갔던 파라솔은 거친 바람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사람들이 바위 옆에 의자를 깔고 있길래 간신히 한자리 얻어서 돗자리를 깔긴 했다만 오래 있지는 못했다. 12시쯤 되니까 모래는 불같이 뜨거워져서 맨발로 1초도 서있지 못할 지경..ㅎㅎ 여기까지는 정말 철저히 "내 입장"에서의 우리 가족이 갔던 "그날의 상황"에 대한 소감일 뿐이고 아마 그곳이 천상의 비치라고 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거친 바람 때문에 생기는 큰 파도가 서핑하기에 제일 좋은 장소라고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철저히 내 위주의 소감임을 분명히 밝힌다. 그곳이 아름답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말 아름다운 건 인정! 다만 다음에 다시 빅아일랜드에 오게 된다면 $30 내고 하푸나 비치에 다시 오진 않을 거라는 소감을 밝힌다. 참 신기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도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느끼니 말이다. 그토록 거센 바람과 파도 때문에, 사실 파도가 무섭다는 우리 막내 때문에... 세계 10대 비치에 속하는 그곳이 그렇게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게 될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끄러미 바다만 쳐다보고 겁에 질린 막내의 뒷모습이 참 쓸쓸해 보인다. ㅎㅎ 첫째, 둘째는 나름 파도를 즐기며 잠깐 놀았다. 

이 주변 유명한 맛집이라는 'malasadas dounut'도 먹었는데.. 주문하고 15분 정도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기다렸는데, 달라스 도넛에 비하면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달라스는 한인들이 도넛가게를 정말 많이 하는데, 매일 새벽마다 신선한 도넛을 그날그날 만들어서 파는데 크리스피도넛이나 던킨 도넛이 명함을 못 내밀 맛이다.^^) 이렇게 쓰니까 좀 내가 굉장히 비판적이고 시니컬한 사람 같은데 절대 아님을 밝힌다. ㅎㅎㅎ 저는 다 맛있고 다 좋은 그런 사람입니다만.. 

이날은 오전/오후 일정을 하푸나비치로 간단하게 마치고 숙소로 들어온 후에 씻은 다음 선셋을 제대로 보기 위해 미리 집을 나섰다. 딸내미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Geko 아이스크림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야경을 봤다. 아이스크림 사진은 비록 없지만 선셋 사진을 남겨본다. 이곳은 우리의 선셋 명소로써 이후로도 두세 번은 더 들렸다고 한다. 

여름이 되면 1~2주 정도 긴 여행을 하는 게 우리 가족의 전통이 되었는데, 올해는 그 이야기를 꼭 글로 남겨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다. 사실 작년에도 그전에도 다짐만 했었는데 올해는 꼭 실행에 옮기리라 결심을 하고도 2달이 지났는데 더 늦기 전에 사라지려고 하는 기억을 끄집어내 본다. 막내가 100일 정도 되었을 때, 애셋을 차에 태우고 편도 20시간 넘는 로드트립을 했었다. 우리가 사는 텍사스 달라스에서 캘리포니아 얼바인까지... 이 루트는 막내 2살 때 한번 더 다녀왔다.(지금은 막내가 6살) 가는 길에 라스베가스와 오는 길에 그랜드 캐년도 들렸었다. 재작년에는 웨스트플로리다의 파나마시티에서 며칠 묵고 애틀랜타에 차로 다녀왔고, 작년에는 웨스트플로리다의 펜사콜라와 데스틴에 다녀왔다. 매년마다 긴 자동차여행에 약간 지친(?) 우리 가족은 올해는 꼭 비행기를 타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어쩌다가 하와이까지 오게 된 것이다. 나는 여행이 참 좋다. 가족들이랑 긴 시간 동안 지지고 볶고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여행을 하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우리 인생의 엑기스 같다. 힘든 일도 예상치 못한 상황들도 그 모든 일들을 함께 겪어가면서 같이 느끼고 같이 생각하면서 성장할 수 있어서 좋다. 애들이 크니까 더 보람이 있다. 얼렁 이번 여름의 여행기를 마치고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사실 한 달 반 후의 땡스기빙 브레이크 때 낚시 여행 계획 중.ㅎㅎ) 겨우 3일째 여행기 끝! 앞으로 5일 더 남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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