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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Oct 05. 2023

빅아일랜드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제야 알겠다. D+4

1. 구명조끼를 첫날에 꼭 살 것이다. 웬만하면 오리발도..

여행 중반부가 돼서야 깨달았다. 구명조끼의 소중함을.. 나는 물도 좋아하는 편이고, 우리에겐 풀 누들과 튜브도 있으니까 막내만 구명조끼를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그곳은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였다. 일단 구명조끼가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영 선수급은 없어도 괜찮아요~^^;) 그래서 우리 다녀와서 같은 곳에 여행 가는 가족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들도 짐이 많다는 둥 비싼데 한번 쓰기 아깝다는 둥 하길래 내가 그렇게 뭘 강요하는 편이 아닌데 정색하면서 꼭 사야 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사길 잘했다는 후기를 들었더랬다. 아무튼, 이날 Two Step Beach라는 곳을 갔는데, one, Two 두 발자국 밟고 바다로 쑥~ 들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바다. 형형 색색 물고기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아주 핫한 곳이라고 듣고 갔는데 이날 구명조끼의 아쉬움을 아주 많이 느낀 날이다. 딸내미랑 튜브 하나 의지해서 들어갔는데 발이 땅에 닿질 않으니까 무서워서 즐기질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딸은 아주 신이 났고, 내가 더 겁이 나서 멀리 가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다. 다행히도 한쪽에는 아주 얕은 물가가 있어서 아들 둘은 모래 놀이도 하고 소라개도 잡고 남편은 낮잠도 자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만 구명조끼가 있었더라면 나는 아주 더욱 신나게 놀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조금 있다는 말이다. 사실 구명조끼 없어도 너무 만족한 여행이지만 말이다. 

스노클링 스팟 바로 옆에 이렇게 얕은 물가가 있어서 아이들이 오랜 시간 정말 잘 놀았다. 
아이들이 정말 잡고 싶어했던 소라개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신기했다. 
둘째아이가 용기내서 막내 구명조끼 빌려서 깊은 곳에 들어갔는데 너무 좋았단다. 

2. 야외 수도시설이 있는 곳만 갈 것이다. 

투스텝 비치가 너무 좋았는데 집에 갈 때 야외 수도시설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충 털고 먹는 물로 손 좀 씻고 집에 가서 씻으면 되겠거니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깔끔을 떠는 아이들인지 몰랐다. 하푸나비치에 갔을 때도 수도시설이 아예 없어서(여긴 화장실조차도 임시 푸세식 화장실밖에 없었음.ㅜㅜ) 당황은 했지만 그때는 차 타러 걸어올 때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모래가 다 말라서 떨어졌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랬던 거다. 아무튼 차에 타서는 얼마나 투덜투덜하던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별거일 수 있는 야외 수도시설. 물놀이와 모래놀이 후에 쾌적하게 차에 탈 수 있도록 꼭 야외수도시설 있는 곳으로만 가야지! 그리로 빅아일랜드에서 우리가 갔던 다른 비치들을 생각해 보면 굳이 수도시설 없지만 너무 좋아서 꼭 가고 싶은 곳은 없단 말이다. 애들이 좀 더 성숙해져서 이런 게 상관 없어질 수도 있지만 이번 여행에서의 옥에 티를 남겨본다.


3. 호텔 말고 리조트.

Holua Resort라는 곳에서 3박을 하고, 메리어트 호텔로 옮겼다. 리조트가 더 좋은 점은 너~~~~~무나 많아서 입이 아플 지경이다. 우리는 물론 무료 포인트를 사용하느라 어쩔 수 없이 5박을 호텔에서 지냈지만 다음에 내 돈 내고 올 일이 생기면 무조건 리조트! 우리가 묵었던 홀루아 리조트에서 일주일 머물 것이다! 일단 숙소 사이즈는 두 배 크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탁기가 집안에 구비되어 있는데 매일 물놀이를 하는 여행이다 보니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리조트에는 부엌도 있고(부엌 있는 호텔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가 묵은 곳은 없었다.), 호텔도 무료이긴 하지만 비치기어를 2시간 빌려주고 종류가 별로 없는데 우리가 묵은 리조트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자, 파라솔, 풀누들, 돗자리등을 빌려줬다. 그리고 전의 글에도 남겼듯이 우리 리조트는 경관이 너무 예뻐서 나가기만 해도 힐링이었다. 

왼쪽이 홀루아 리조트인데 이게 거실이고, 방이 하나 더 있다. 오른쪽은 메리어트 호텔인데 아시다시피 공간이 딱 저거 하나다. 

4. 카일루아 포인트 파크

우리 가족의 원픽 비치! 다음에 간다면 도시락을 두 개 싸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기서 놀고 싶다. 한 이삼일은 그렇게 해도 좋겠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남겨보겠다. 


내가 아쉬웠던 점을 몇 가지 뽑아서 적어놓긴 했지만 사실 마지막날 집에 올 때 이런 생각 하나 안 날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제는 여한이 없으니 집에 가도 되겠다 할 정도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누리고 싶은 거 마음껏 누리다가 갔던 최고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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