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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미해 Jan 12. 2023

제가 특별하다고 말해주세요

설익은 자의 상담기 - 1


2학기 종강 직후부터 지금까지 벌써 세 분의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전부 같은 전공의 교수님들도 아니다. 3번이나 상담을 하고 나니 내게 남은건 교수님의 냉철하고 통찰력있는 조언이라기보단 무언가를 '구걸하는 나'였다. 교수님과 상담을 하기 직전에 어떤 질문을 드려야 할까, 나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드려야 할까 ... 등등의 생각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리곤 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답변을 듣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금 내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으며, 진로에 대해 이렇게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 인류가 생각의 무게를 정확히 잴 수 있는 저울을 개발하지 않은 덕에 내 의도에서 각각의 비중을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다. 다만, 계속 상담할수록 느끼는 건 내가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은연중에 '다른 사람과는 달리', '아무래도 다들 그러지 않으니' 등등의 말을 덧붙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역시 어른이라 나의 의도가 훤히 보이시는지 그러한 고민 이야기에 "대부분의 청년들이 하는 고민이야."라고 말해주신다. 그리고 '책과 글'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척도를 자꾸 교수님들께 내보이고 싶어 안달난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땐 정말이지 책 앞에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오늘 상담한 국문학과 교수님은 내가 책과 글에서 타인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도록 길러낸 것은 사실이나 타인은 그 시간에 다른 무언가를 길러냈을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책과 글'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주지 못하기에 그것의 무게에 너무 신경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그 말을 들으니 솔직히 더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내가 준비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책과 글'에 대한 나의 노력을 칭찬받고 싶어하는 이야이기이자 나의 '특별함'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이야기였기에.


'특별함'을 왜 타인에게서 들으려 할까. 아무래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조금은 진부한 결론이 나온다. 사실 나의 특별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스스로이며 아무리 잘 정리하여 타인에게 보여준다한들, 그 타인의 기준과 가치에 따라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른 반응을 얻을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나의 '특별함'은 세상에서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다. 그런 객관적이지 않은 것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내가 원하는 반응을 얻을 때까지 구걸할수도 없다. (사실 이번 상담을 통해 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계속 구걸하며 다녔을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내 특별함을 잘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특별함이 외부에서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그 평가를 적절하게 필터링하여 흡수할 수 있는 단단한 심지가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특별함을 바라보지도 못할 뿐더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능력'이라는 용어를 자신에게 투영시키는 것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늘 자신을 의심하며, 객관적인 칭찬조차도 의심하고 .. 그렇게 의심 속에 자신이 서서히 지워지고 외부의 기준에 맞춘 자신이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겸손함을 잃고 오만한 사람이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이든 균형이 중요하나 그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고민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존재하기는 한다.


여러 번에 거친 상담이 낸게 안겨준 뜻밖의 깨달음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동안 조금 오만하게 굴려고 했던 자아, 교수님에게 칭찬받고 싶던 자아, 책과 글을 너무 위대하게 생각했던 자아를 조금 줄여보고 싶다. 혹은 다른 자아로 건강한 대체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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