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이로움
<월간덕질보고서>를 시작하기에 앞서, <월간덕질보고서>는 무엇인지, 월간덕후 이도이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우선, <월간덕질보고서>는 약 1개월의 주기로 덕질의 대상을 바꿔가며, 덕질을 하고 있는 덕후 이도이의 취향 탐구 보고서이다. 매달 배우나 작품,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일종의 'Deep Diving(딥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딥 다이버가 되어, 배우의 경우 필모그래피를 훑고 전작품을 본다거나, 브랜드의 경우 관련된 해시태그를 검색하여 스캐닝을 하고 또 금액적인 소비도 거뜬히 하게 된다. 1) 몇 년간 지치지 않고 덕질을 하고 있음에도 가볍게 스쳐가기만 하는 지점이 아쉬웠고, 2) 나와 내 주변에만 알리는 게 아쉬워 일종의 간증을 시작하게 되었다.
월간덕후 이도이는 드라마를 1년에 30개가량 보는 콘텐츠 해비 유저다. 드라마만 보겠가? 예능도 보고 영화도 본다. (본업, 있다. 심지어 야근도 꽤 했다) 우선 드라마를 볼 때마다 꽤 자주 주인공에 입덕을 하곤 한다. 성별에 상관없이 매력적인 연기를 한다거나, 취향을 저격하는 생김새를 가진 배우에게 빠진다. 보통은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배우에게 빠져,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 드라마 세계를 확장한다. 드라마를 대표적으로 꺼냈지만, 영화, 예능, 유튜브, 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일상에서 아주 많이 접한다. 그저 드라마는 한 작품에 평균적으로 약 16시간 이상 필요하여 소비해야 하는 시간이 꽤 길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영화는 봐도 드라마는 못 보는 사람이 많다는게 특징인 것 뿐이다. 그런 드라마를 저렇게 본다면, 어지간하겠거니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최초로 덕질을 시작하게 된 드라마는 ‘파스타’다. 배우 ‘공효진’님과 배우 ‘이선균’님, 두 배우에게 제대로 입덕을 해버렸다. 로맨스 코미디의 신화 ‘공효진’과 매력적인 목소리와 특색 있는 연기파 ‘이선균’. 두 배우에게 입덕 하여 그들의 지난 작품을 물론이요, 현재도 두 배우라면 무조건 무조건 ‘고!’이다. ‘이선균 ’이라는 배우를 통해 알게 된 작품 중에 인상적인 작품은 ‘우리 선희’이다. 아마도 처음 접한 독립영화였기에 더 신선했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배우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또 다른 로맨스 코미디의 신화(주관적으로), 배우‘정유미’님이다. 그의 대표작 '로맨스가 필요해 2'는 세월에 관계없이 로코계의 레전드 드라마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보았던 ‘82년생 김지영’에서의 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짧은 머리를 한 모습도 러블리하다. 역시 윰블리. 자세한 덕질 스토리는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니 함께 공감하고 싶은 덕후들은 기다려주길 부탁드려본다.
대략 느껴졌는가? 월간덕후 이도이의 레퍼토리. 보통 빠지는 배우가 신인배우일 수도 있지만, N연차 배우일 경우 현생(*현실인생)이 괴로워진다. 최소 5개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나의 새벽은 순삭 된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한 때, 배우‘조정석’님에게 푹 빠진 적이 있다. 통통 튀는 미친 매력의 소유자, 조정석.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눈과 내 취향이 잘 맞았던 것인지, 입덕 했는데 새로 찾아볼 작품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이미 다 봐버린 것이다. 입덕 여부와 상관없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너무 아쉬운 나머지 내용이 가장 기억이 나지 않는 드라마를 선택해 정주행 하기도 했다. 배우 덕후들이여, 아니 이 세상의 덕후들이여. 어떤가 당신과 레퍼토리가 비슷하지 않은가? 혹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그것 또한 궁금하다. 덕질은 나눌수록 배가된다. 마치 기쁨은 나누면 나눌수록 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덕질에 대해 온갖 주저리를 하는데, 덕질은 실로 이롭다고 생각한다. 떠오르는 시가 한 편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는 나름 스테디 셀러라고 생각한다) 맞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열정과 에너지가 있다. 일종의 사랑의 힘이다. 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빛이 난다. 난 덕후인 나도, 덕후인 당신도 분명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덕질하는 나를 사랑하자. (급)
덕질의 이로움은 추상적인 에너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프로덕질러인 나에게 덕질의 가장 이로운 점은 ‘세계 확장’이다. 덕질하고 있는 그가 좋아하는 책, 영화, 시 등 작은 취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꽤 많다. 왜? 단순하다, 궁금하니까. 그러다 보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기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자극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외모만으로 덕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 배우고 싶은 모습을 가진 사람 혹은 나를 자극하는 대상을 덕질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우가 방탄소년단과 지드래곤, 최근에는 지코가 있다. TMI TMI. 자, 다시 본론 ‘덕질의 이로움’으로 돌아와 보자. 예를 들면, 방탄소년단의 RM이 좋아하는 뮤지션 중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이라는 뮤지션이 있다. 그가 음악을 만들 때, 영감을 받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영감을 받는 뮤지션이라니. 나 역시 포스트 말론의 음악이 취향에 맞았다. 포스트 말론의 음악을 듣고, 또 그가 추천하는 음악을 듣는다. 이렇게 내 세계는 확장된다. 음악뿐 아니라 책이 되기도, 혹은 생각이나 철학이 나에게 닿아 새로운 영감이 된다.
실제 내 삶은 어떻게 보면 한정적이다. 아무리 사람을 많이 만나고 공부를 해도, 다른 영역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갈증을 덕질하는 대상으로 채우는 건 일석이조를 넘어선다. 나와 다른 성장배경과 일상, 연령대를 가졌기 때문에 새롭고 짜릿하다. 심지어 덕질을 반복하다 보니 덕질로 확장시킨 나의 세계가 어느 순간 단단해지는 게 느껴진다. 현실에서 성장을 중요시 여기는 터라, 덕질에서마저 성장을 찾는다. 애정 하는 콘텐츠로부터 성장을 추구하는 '열정인' 덕후 이도이 씨의 덕후 보고서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여 혹은 모르지만 왠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그대여. 지겨운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쨋든 난 무엇이 되었든 한 번씩 미쳐본 사람들이 좋다. 덕질을 한다는 건 미쳐보는 것이다. 좀 미쳐보면 어떠하리.
산소통 없이 오직 자신의 호흡만으로 더 깊게 잠수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프리다이빙 종목 중 하나인 딥 다이빙. 물론 승부의 관건은 ‘누가 더 오랫동안 호흡을 참고 더 깊이 들어갔다 아무 이상 없이 안전하게 수면 위로 나오느냐’다. [출처:서울신문]
꾸준히 하는 덕질이라면, 그 역시 딥 다이빙 종목이 아니겠는가? 한 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 역시 덕질은 이롭다. 그럼 2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