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숭아 Jun 21. 2021

내향 61% 성격의 장점

MBTI 검사를 했다. 불과 1년 전 내향적 성격은 51%였다. 그러나 올해 검사에서는 무려 61%다.


가만 생각해보면 낯가림이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못할 수준도 아니다.  일의 특성상 늘 말을 걸던 쪽으로 스스로 내향적 성격은 결코 아니라 생각했다.


물론 늘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누군가 말을 걸까 싶어 모서리 구석에 자주 서 있기는 했다. 그러나 모서리 구석 역시 나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서로 어색 열매를 먹고 말없이 눈으로만 “너도 나와 같은 부류구나..”라며 위안 삼고는 했다.

금요일 밤 10시의 한강 전망대

4년 전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알고 싶어 소모임에 가입한 적이 있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과 고민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어색함이 가득한 첫 만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커다란 관건만 말이다.   


그러나 대실패였다. 주제 없는 말하기를 힘들어하는 내향적 성격이 강한 소모임 초보 밤낮없이 올라오는 단톡 방에서의 ‘생활 이야기 나눔’을 견디지 못하고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탈퇴를 하고 말았다.


활발한 말하기기에 잘 끼지를 못했고, 어떤 단계 없이 일순간에 '오빠, 동생'으로 스스럼이 없어져버린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비를 맞으며 걷고 달린다.  무섭다.

요 근래 소소하거나 큰 사안들로 끊임없던 집안일들이 마무리되고 무료함을 느끼던 차에 다시 소모임에 가입했다. 책을 통해 각기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다. 소모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 순간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에 집중력이 그 전보다 더 커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듣는 과정 속에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그 과정 속에서 비록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는 모자람이 많지만 타인의 표현을 들어주고 궁금한 점을 묻는 것, 그 점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동시에 "내 성격은 왜 이럴까?"라며 자책하던 내향적 성격이 적어도 나 스스로에겐 단점이 아니라 장점임을 깨달는다.  

방화대교, 마곡철교, 가양대교를 왕복했다. 비가 와도 잘 걷고 뛰었다. 좋았다.  

‘관계’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關係 [관계할 관, 당길 완/맬 계]라고 나온다. 당기고 이어 매다는 뜻이다. 당기고 이어 맺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에는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잘 들어주기 위한 노력도 관계 속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만약 지금의 내향적 성격이 61%가 아니라 71%, 81%가 된다면 어떻게 더 진화될지는 모르겠지만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받아들여진 이상 더 이상 내향적 성격을 부끄럽게 느끼지는 않겠다 싶다.

작가의 이전글 "주민번호가 이미 등록되어 있는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