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숭아 Feb 03. 2023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우리쌀, 우리보리 남매는 2022년 8월에 만났다. 지역 청소년센터에서 의뢰했다. 남매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이다. 리쌀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주말과 평일 아르바이트로 월 50만 원을 벌어 가정경제를 책임진다. 다른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가졌는지를, 어떤 대학을 갈건지 말할 때 리쌀이는 면접 때 만난 아르바이트 사장과 알바 합격률에 있어 왜 여학생만을 선호하는지 대해서만 말했다. 대화는 아빠가 피우는 담배 1갑 가격인 4,500원이 '너무너무 아깝다.'로 끝났다.


리보리는 치아의 4/5가 썩어있었다.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충치였다. 견적이 무려 450만 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몇년을 모아든 충치였다. 부모는 이혼했고 아빠는 집에 쌀이 없다며 비어있는 쌀봉지를 보였 줬다. 집의 공기는 토하지 않으려면 문을 열어야지만 되는 온갖 냄새로 가득했다.


여름에 아이들을 만난 이후 가을과 겨울이 지나간다. 아이들은 관심도 사랑도 필요했지만 당장은 먹을 것과 치료비가 너무 필요했다. 물질이 풍요한 세상이라 해도 결국 생활에 가장 필요한 의식주는 결국 가정 안에서의 해결이다. 빈곤악순환 시작이다. 이 가정은 신문에 나오는 복지사각지대다. 엄밀히 말하면 재산소득이 있어 복지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있지만 욕심상, 여건상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접근을 어디부터 시작할까 생각했다. 더군다나 리보리는 가정에서의 아빠의 폭언과 무관심으로 인한 인지기능이 매우 떨어져 지능이 53으로 나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후원으로 들어온 쌀과 부식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점심시간 남은 부식을 양해를 구해 포장하여 배분하고, 봉사자들이 조리해주는 '한끼나눔'반찬을 제공했다. 가을에는 아낌없이 인스턴트 후원품을 지원했다. 성장기인만큼 인스턴트라도 배부르게 먹이고 싶었다. 또한 아이들 옷을 후원받으러 김포를 다녀왔다.


통합사례회의를 통해 지역사회 내 아동청소년 기관들과 힘을 모아 리보리 치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알아보고 각 기관이 출연하여 돈을 모아 22년 12월에 치과치료도 모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남매 아빠는 연락을 피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결국 끈질긴 노력으로 현재는 정공법으로 잘한 점, 잘못한 점을 바로 이야기해도 수용하는 관계까지 만들어졌다. 가장 많이 당부한 점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폭언하지 않기, 웃으며 따뜻하게 말하기, 밥은 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인 청소였다. 언제라도 아이에게서 아빠가 변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렸으면 좋겠다는 당부로 면담을 마쳤다.     


그리고 2주 후 남매보다 남매를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센터 담당자로부터 아빠의 변화된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가 리보리에게 ‘학교에 잘 다녀오라.’며 배웅도 했고, 청소와 식사도 준비한다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리보리가 아빠의 변한태도에 ‘오글거린다’며 웃었다고 했다.   

  

“잘되셨네요.”로 전화를 끊었지만, 속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변할 수 있으면서, “왜 그동안 이렇게 지낸 건가”라는 의구심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남매의 아빠와의 정기적인 연락을 놓을 수가 없다.

    

22년 12월 마지막주 외근을 다녀온 후 책상 위에 놓인 정체 모를 편지가 있었다. 리보리가 놓고 갔다고 동료가 말했다. 후원자에 대한 감사편지를 받는 기간이 아니었기에 편지의 봉투부터 확인하니 내 이름이다.

          


여전히 정기적으로 아이들과 연락하고, 만나며 마음이 어떤지 만져본다. 생활을 돌봐주며 함께 시장도 보고, 미용실도 간다. 아이들이 좀 더 힘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잘 전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 아픈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은 모두 다른꼴을 하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