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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Aug 28. 2023

휴유증은 기억이었다

두 달 전 차 사고가 났다.

그저 똑같은  출근길이었다.


뒤에서 순식간에 신호로 정해 있던 운전석 쪽을 치고 차는 급하게 대학병원 주차장으로 빠지는 좌회전 차선으로 달다.  

"뺑소니다!" 그 자리 그대로 차를 세우고 뒤에 차가 오든 말든 번호판 아라도 찍어야 갰다고 생각했다.  차의 뒤에 쫓아 급하게 카메라를 켰다. 핸드폰은 이틀 전부터 충전이 되지 않아 10%를 나타내는 빨간색이 내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카메라를 켠 후 계속 사진을 찍어대며 차꽁무니를 쫓아가자  막 좌회전 신호를 받고 움직이려던 차는 급하게 멈추고  보조석에서 한 할머니가 내렸다. 할머니는 운전석에 마구 욕을 해대며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어제 3시간밖에 못 자고 운전을 해서 아가씨 차를 박은 줄도 몰랐어. 그런데 미안한데 어떡하지?  병원 예약 때문에 지금 당장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해."

그리고 그녀는 바로 차로 다시 갔다. 차로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제 일어난 차 사고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조카와 용산 신세계몰에 놀러 갔을 때었다. 주차를 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었다. 조카의 번호로 전호가 왔다. 조카의 차를 주차를 하던 중 긁었으니 내려오라는 내옹이었다. 2시간에 걸쳐 문제를 해결하고  난 이후였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감했지만 화가 먼저 올라왔다. 3시간 자고 운전을 한 게 정말 맞는 말인지. 이윽고 차에서 천천히 할아버지가 내렸다.
할아버지는  모자를 쓰고 비틀비틀 걸어왔다.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각에 할아버지는 술을 마 것 같았다. 몇 마디 나눌 새도 없이 나는 바로 112를 눌렀다. 노령 운전자의 음주운전이라 생각했다. 10분 채 되지 않아 2대의 경찰차와 경찰관 3명이 왔다.
경찰관은 할아버지와 나에게 음주측정기를 입에 갖다 댔다. 그리고 차를 길가에 옮겨서 세우도록 조치했다. 그 1미터도 되지 않은 그 짧은 거리도 할아버지는 운전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길가에 앉아  계속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거나  초점이 없는 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계속 일관했다. 할머니는 9시 반까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계속 칭얼거리며 동시에 할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온갖 욕을 같이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내일  직원 10명을 스타리아에 태우고 직접 운전하여 강원도 삼척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재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머릿속이 더 까매졌다. 9월이면 결혼할 옆자리 작원얼굴이 지나갔다. 그리고 계속되는 할머니의 짜증에 경찰관을 포함한 모두가 난감해했다.

바로 보험회사를 불렀다.  보험회사 직원은 나의 블랙박스를 뒤져보며 내가 과실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과실은 100대 0이었다. 1시간 정도가 자나고 회사로 바로 향했다. 휴대폰의 밧대는 5%가 남아있었다.

이야기를 하고 서비스센터로 갔다. 한 번에 해결되지 않아 점심시간도 가야 했고, 퇴근 후애도 가야 했다. 연수 때 네비를 보려면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그리나 퇴근 후는 차 사고가 하나 더 있었다. 같은 팀 직원이 본인 차를 주차하다 회사차를 막았다. 눈앞에서...


그렇게 개인적으로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수다녀왔다. 그러나 차사고로 인한 후유증은 오래갔다.

병원에 다니 차 고쳐야하고 연수도 잘 다녀왔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후유증은 기억이었다.


휴대폰에 있던 나의 모든 기록은 지워졌다.
고치려면 메인보드와 메모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이 지워질 것이니 옮겨놓으라는 짧은 말만 듣고  그 긴 대기 줄에 다시 앉았다.  
급하게 사진을 옮긴다 한들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대로 포맷 해달라고 이야기 했다.

모든 사진들, 소중하게 기록했던 메모들, 그리고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모든 대화창들이 없어졌다.  새로이 앱을 깔았어도 몇 년에 걸쳐진 대화들읕 모두 없어졌다. 나의 기억들이 사라진 것 같았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주고받았던 대화들은 더 아상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운전할 때 룸밀러를 잘 보지 못한다. 뒤에서 빠짝 붙는 차들을 보며 그때 할아버지가 차와 몸이 크게 흔릴만큼의 충격이 몸과 가억에 남아 무섭고 겁이 난다. 움츠러든다. 차라리 보지 않기로 했다.


어떤 기억은 아프게 살아남아 현재에 함께 살아있고, 어떤 기억은 아무리 기억해 내려 호흡기를 써도 호흡하지 않는다.

휴대폰은 온통 별이 사진으로 채워지고 하루하루 일정한 규칙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새로운 기억들을 매일 만들어가며 호흡하지 않는 가억들은 기억이 나면 나는 대로 그 반대면 그 반대대로 자연스럽게 두로 한다.

기억은 그런 것이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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