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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Oct 06. 2023

“23살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지원이는 올해 23살입니다. 다른 나이 또래 아이들은 남자친구도 사귀고  대학을 다니거나 혹은 졸업했거나 사회생활을 준비할 꽃같이 예쁘고 고운 나이입니다. 그러나 지원이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년입니다.  

    

지원이는 학교를 가면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학생입니다. 수업 시간에도 마음대로 나가고, 조퇴와 무단결석을 하며 교실 벽과 교사들의 차를 발길질하여 해마다 선도위원회 명단이 올라가는 학교 내 유명 인사였습니다.

유년기에 아버지 나라에서 11살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이후 부모와 지내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늘 아버지를 핑계로 시기가 있는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는 어머니와 본인 나라의 정체성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모국에 또 다른 부인과 자녀들을 여러 명 둔 아버지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몇 해 전, 한두 달을 간신히 설득 입원을 시켰으나  사회복지사에게 남은 건 “쓰레기 같은 년, 사람을 살살 꼬여서 아이를 입원시키게 만들었어.”라는 욕과 3일 입원입니다. 그리고  바로 아버지 나라 사람과 결혼을 위해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출국 했습니다.     


그렇게 담이 종결된 후 다시 재학 중인 고등학교 의뢰로 이제는 제가 지원이의 사례관리를 맡게 된 것이 올해 4월입니다. 사유는 지원이는 여전히 학교에서 갑자기 사라져 새벽에 가방도 없이 맨발로 40km 떨어진 지역에서 경찰 신고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차례 자퇴와 복학이 진행된 지원이에게 "가장 큰 동지도, 적도 모두 부모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원이를 만나기 전 보호자를 만났을 때 어머니의 말씀은 “우리 지원이는 아무 문제없고 수능을 꼭 보게 하고 싶어요.”였습니다. 어머니는 지원이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를 졸업만 하면 취업을 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 굳게 생각하시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원이의 눈을 보며 ‘텅 비어있다’는 소설 속 문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사회복지사의 염려에 피식피식 웃는 지원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어머니를 설득해 병원 입원을 위한 준비와 제발 그 흔해빠진 핸드폰을 안전용으로 하나 해주자는 길고 긴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약이라도 먹이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어머니는 복지사가 애를 써서 만들어온 입원 지원금 100만 원과 병실 확보를 위한 노력에다음날 악을 쓰며 “애 아빠가 반대하고 아이도 극도로 싫어한다."라며 뒤집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변덕은 결국 8월 마지막 날 통화를 하다 소리를 크게 지를 것 같아 복지사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사태로 아어지고 말았습니다.  


땅을 파도 10원 얻기 힘든 이 세상에 치료비 100만 원을 구해와 무료로 입원을 도와주겠다는데 매번 이렇게 뒤집어버리다니... 정말 기운이 쏙쏙 빠지는 순간을 느끼며 휴지기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9월로 접어들고 2주가 지나갈 무렵 진료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원이가 맨발로 가방도, 옷도 제대로 안 입고 병원으로 왔다고요. 어머니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아 비상번호로 남겨둔 저에게 전화를 했다고요.  그 길로 후원 신발 하나 들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지원이는 맨발로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고 매일 익숙하게 입고 있는 윗옷도, 가방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지원이가 오자마자 자기를 입원시켜 달라고 했다며 난감해했습니다.     

그런 지원이를 복지관으로 데려가며 대답에 대한 기대 없이 “지원아, 선생님이 어떻게 너에게 힘이 돼주면 좋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원이 마음속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상태는요. 항문에 손을 넣어 똥을 만져 먹어요. 제가 지금 이래요. 그래서 입원해야 해요. 여기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입원시켜 주세요.”     


“아...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너의 부모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예상치 못한 답변은 T가 72%인 저의 마음을 흔들거리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지원이를 복지관으로 데리고  빵과 음료를 먹이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 안전 확보와 학교에 놓고 간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상황을 정리한 후 지원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 후 인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욕먹을 각오를 하고 치료에 대해 “제발 어머님을 저 대신 설득해 달라.”  아버지 대상으로 설득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원이 아버지는 저의 가늘고 긴 설득을 이해하셨는지, 아니면 지원의 현상태가 더 이상은 힘들다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본인이 힘들어서인지 입원을 강행하셨습니다.


다음날 자랑스럽게 저에게 찾아와 입원했으니 지원금을 달라며 당당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은 지원이 어머니가 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두 분께 지금 계속해서 ‘칭찬’을 드럼통으로 부어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어머니 정말 잘하셨어요. 진심으로 칭찬해요.”     


어머니 저에게 화를 낸 이유는 수능 포기각서를 학교에서 작성하게 해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야기하셨습니다. 유도 모르고 화풀이 당한 상황이 황당했지만 이미 지나갔고 지원이는 한 달간 입원을 약속했으니  괜찮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예기치 못한 어떤 상황들이 발생되어 언제까지 이 가정을 지원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원이가 더 이상 부모동행이 꼭 있는 상태에서만 밖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씩씩하게 돌아다니며 어떤 꿈이든 꼭 이뤄나가는 그날까지 지원하고 싶습니다.     

지원이는 이제 고작 23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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