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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Nov 26. 2021

'실망' 지스타 안되려면...존중-배려-수용

누군가가 2021 지스타를 관람하고 온 소감을 묻는다면 단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뒤로 숨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고민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지스타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런 지스타를 만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지스타 전경/사진=이소라 기자


조직위는 참여사 규제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곳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외면한 지스타를 든든히 지켜준 것은 메인 스폰서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이었습니다. 시프트업과 그라비티, 엔젤게임즈도 힘을 보탰죠. BTB에서 홀로 고군분투한 위메이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행사를 치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대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벤트를 구성해 관람객들을 만족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지스타 조직위원회(조직위)의 배려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스타를 찾아준 고마운 게임사들이지만 이들에게 지스타 조직위가 보낸 것은 온통 '규제' 뿐이었습니다. 뭐라도 해보려는 게임사들에게 조직위는 대부분 '안된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돈을 쓰면서 참가하는 게임사들 입에서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준비한 것도 안된다고 하면 어쩌라는 것이냐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습니까. 


지스타에 참여하는 게임사가 없다면 지스타는 아예 열리기 어려운 축제입니다. 지스타에 참여하는 게임사에게 존중과 배려를 보여줘야 합니다. 점점 참여하는 게임사들이 적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직위가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는 게임사들을 탓만 하면 안됩니다. 참여하는 게임사들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긴 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관람객 제한으로 평일 부스는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다/사진=이소라 기자


코로나19로 1년을 쉬고 온 전시회였습니다. 그동안 조직위는 어떤 새로움을 준비했을까요?  차라리 1년 동안 '온라인 축제의 끝판왕'을 보여줄만한 혁신적인 전시회를 고민하는 것이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조직위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스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싶겠지만, 이번 지스타는 참여한 게임사도, 관람객도, 게임인들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썰렁한 전시장...가족단위 즐길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참여 게임사가 별로 없다 보니 전시장이 썰렁하다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히 관람객을 제한했기 때문이 아니라 부스에서 즐길거리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지스타를 찾은 꼬마 손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가족단위 관람객이 즐길 콘텐츠는 더욱 부족했죠. 이번에 참여한 게임사들이 출품하는 게임들이 가족 관람객을 아우를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조직위는 특히 이 부분을 신경썼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사 부스 앞을 서성이고 있는 아빠와 아들/사진=이소라 기자


2019년에도 지스타 현장을 찾았던 김세환(41)씨는 올해도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의 손을 잡고 벡스코에 왔지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일단 부스도 너무 적은데다 초등학교 3학년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 부스를 유치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전에는 지스타 현장을 찾은 기자들이 가족 단위로 오는 관람객의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곤 했습니다. 게임의 위상을 알리고, 위해성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사례는 없기 때문이죠. 이제는 게임을 즐기던 세대가 부모가 됐고,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디지털 기기에 눈을 뜹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지스타에서 가족 단위 관람객을 애써 찾을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아빠의 목 위에서 브롤스타즈를 보던 꼬마아이의 뒷모습이 선합니다. 결국 그들이 게임의 미래가 될 것이고, 그들이 한국 게임 산업을 이끌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 현장의 모습. / 사진 = 남도영 기자


지스타,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한다


이번 지스타의 '썰렁'함을, 참여하지 않은 게임사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수년째 변화 없이 옛것만을 답습하는 조직위가 변하지 않으면 내년 지스타에서도 실망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코로나19 핑계가 유효하진 않을테니까요.


게임 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입니다. 이미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다양한 변화들이 게임산업과 접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스타는 어떤가요? 5년전 지스타와 이번 지스타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10년전하고도 비슷합니다. PC 중심에서 모바일이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합니다.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는 시기입니다. 이참에 지스타도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참여한 게임사를 존중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스타를 준비해야 합니다. 점점 많아지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가족용 게임전시 부스 마련과 같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발맞춰 혁신적인 전시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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