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릴라 테스트, 모바일 환경 한계와 스킬 설명 아쉽다
소싯적 '던전앤파이터(던파)'에 '2차 레어 아바타'가 나왔을 무렵, '레인저'를 키우던 기자는 권총(와일드 펑크) 13강화에 성공했다. 지금은 13강화가 별 것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게이머들의 이목을 끄는 강력한 무기였다. 13강화 무기를 들고 사냥터와 결투장을 휩쓴 기억이 있다. PC방에서 던파를 하고 있으면 초등학생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 출시가 임박했다. 던파 지식재산권(IP)은 메가 IP로 분류되는 만큼, 게이머는 물론 업계에서도 기대가 크다. 하지만 걱정도 적지 않다. PC 던파의 액션성을 모바일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넥슨이 모를리 없다. 그래서 넥슨은 깜짝 게릴라 테스트를 통해 '던파 모바일'을 이용자들에게 선보였다. 직접 해보고 '걱정하지말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직접 플레이 해보니 걱정은 기우였다. PC의 '액션쾌감'이 모바일에 그대로 구현돼 던파만이 주는 '손맛'이 오랜만에 느껴졌다.
지난 20일 넥슨은 네오플이 개발한 던파 모바일의 게릴라 테스트를 진행했다. 20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누구나 구글플레이에서 던파 모바일 테스트 버전을 내려 받아 플레이할 수 있게 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기자는 겨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구해 테스트에 참여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던전앤파이터 로고가 등장하자 익숙한 배경음악이 들려왔다. 리니지W 음악에 열광하는 '린저씨'의 기분이 이런걸까?
캐릭터는 ▲귀검사 ▲격투가 ▲거너 ▲마법사 ▲프리스트 등 총 5종이 공개됐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좋아하는 기자는 처음 던파를 시작했을때처럼 거너를 선택했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5여년전 했던 던파가 그대로 모바일에 재현돼 있었다. ▲엘븐가드 ▲헨돈마이어 ▲웨스트 코스트 지역에서 반가운 NPC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세리아와 샤일록은 예전 던파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추억의 ▲머크우드 ▲어둠의 선더랜드 등 던전도 그대로였다. 던파를 처음할때 봤던 '타우'들도 너무 반가웠다.
추억 소환은 여기까지. 이제 제대로 액션을 느껴볼 차례다. 던전에 입장해서 사냥을 해봤다. 놀라웠다. PC 던파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타격감은 물론 콤보 액션까지 완벽하게 구현됐다. 화면의 떨림과 사운드가 어우러져 몬스터를 사냥하는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연달아 스킬을 사용해 적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주는 던파의 액션쾌감도 여전했다. 또 10레벨을 달성하고 레인저로 전직하자 액션성은 한층 강화됐다. 스킬의 수가 늘어난만큼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다.
아울러 '자동사냥' 기능이 없다는 점도 신선했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게임은 자동사냥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던파 모바일은 이용자가 계속 캐릭터를 조작해서 전투에 참여해야 한다. 기자에게 이 시스템은 넥슨과 네오플의 자신감으로 보였다. 던파는 전투가 재밌다는 자신감 말이다. 전투가 재밌으면 굳이 자동사냥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기자는 PC 던파를 할 당시에도 결투장을 좋아해 이용자간대전(PvP)에 강한 레인저를 했다.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피로도가 다 떨어지면 제일 먼저 찾는 콘텐츠가 결투장이었다. 결투장은 던전 사냥과 더불어 '던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던파 모바일에서도 피로도를 다 소모하고 결투장 콘텐츠를 즐겼다.
결투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모바일 던파에서도 PC 던파에서 느끼던 결투장의 긴장감과 콤보액션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격투게임처럼 스킬 연계를 통해 상대방을 공중에 띄워 연속적인 데미지를 가할 수 있었다. 결투장의 핵심 재미 중 하나였던 미묘한 대각선 공격(Y축)을 통해 상대방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구현돼 있었다.
e스포츠 종목이 될만큼 하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었던 던파의 결투장이 모바일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이밖에도 ▲영혼석 쟁탈전 ▲주점난투 등 다양한 PvP 콘텐츠는 피로도를 모두 소모한 게이머들에게 사냥 이상의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모바일 환경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액션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대 이상이긴 했지만, 확실히 PC때의 액션성에는 조금 못미치는 느낌이랄까. 특히 스킬 버튼이 몰려있어 다른 스킬을 쓰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스킬 하나로 승패가 갈리는 결투장에선 치명적이다. 고레벨 던전에서도 스킬 하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에 이는 이용자가 게임 플레이에 상당한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
물론 넥슨과 네오플이 던파 모바일에 '게임패드'를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다는 모바일 게임의 이점을 약화시킨다.
아울러 스킬 설명도 아쉬웠다. 던파를 하지 않고 던파 모바일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는 어떤 스킬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경우 이미 던파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용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 역시 오랫동안 던파를 안 했기 때문에 처음보는 스킬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기자는 던파 모바일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다. 넥슨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던파 모바일의 내부 테스트 반응이 좋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의례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얼마나 잘 나왔길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해본 던파 모바일은 이런 기대감과 궁금증을 충족시킬만한 퀄리티를 보여줬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면 전체적으로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을 했다.
던파 모바일을 기다리는 게이머는 비단 한국 게이머들만은 아닌 것 같다. 이날 테스트 대화창에는 한국말보다 영어로 된 중국말들이 더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던파가 중국에서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히트했던 게임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모바일을 먼저 만나보고 싶었던 게이머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상사설망(VPN) 등 우회로를 통해 상당 수 중국 게이머들이 접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던파의 위엄'이다.
넥슨은 이번 게릴라 테스트에 대한 이용자 반응을 점검한 뒤 내년 1분기 중으로 던파 모바일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나의 레인저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손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나와라 '던파 모바일'.
이성우 기자 voicea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