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기 #3
만약 외계인의 침공으로
지구의 운명을 건 숨바꼭질을 하게 되거나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된다면
지체 없이 그 무대로 도쿄를 고르겠다.
크고 또 잘디잔 도시이기에
건물 앞 아무리 고개를 젖혀도 그 끝을 알지 못하는 건물의 높이는 육중한 스모 선수를 연상시키는 두터운 너비로만 짐작할 뿐이었다.
길거리 건물들은 스모선수들이 식당 웨이팅을 하는 것처럼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다닥다닥 줄지어 서있다. 사이사이 일반적인 일본인 체형의 얄쌍한 건물들은 스모선수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오만함 까진 도달하지 않는
나름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은근한 위엄과 함께
이에 반해 어떤 곳은 미니어처 전문가를 고용한 듯 아기자기하면서 동시에 허투루 쓰는 공간을 용납하지 않는다. 9:10 스케일의 호리호리한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었을 것이다.(경우에 따라선 1:2 스케일 까지도)
길이 없어야 할 곳에도 기어코 길이 나 있거나 가끔은 난쟁이를 위한 문인가 싶을 정도로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출입구, 저러다 키스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붙어 있는 건물들, '이곳이 또는 이게 왜 여기에?‘ 싶을 정도로 뜬금없이 등장한 다리 밑 농구장, 쓰레기 통 위에 선 고질라와 숨어 있는 인형들
도망 다니기 좋은 도시다.
거대한 건물과 자잘한 디테일의 공간은
좀비든 외계인이든 헷갈릴만하다.
(가끔은 본인조차도)
생존율을 높여줄 (맛난) 음식들이 가득한 편의점과 자판기의 존재, 좀비 바이러스에 걸렸더라도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은 일정 부분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은 차치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