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억에는 의식적인 기억(conscious memory)과 무의식적인 기억(unconscious memory) 등이 있습니다. 의식적인 기억에는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이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기억에는 절차기억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억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나뉩니다.
의식적인 기억은 말로 설명할 수가 있지만, 무의식적인 기억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의식적 기억 중 일화기억은 우리의 삶에 대한 기억이고 의미기억은 공부내용과 같은 사실에 관한 기억입니다. 이에 반해 무의식적 기억인 절차기억은 다른 말로는 기술기억이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나 운전 기술처럼 여러 번 연습하면 자동으로 몸에 배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기억은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은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공부 방법은 의식적인 기억일까요? 아니면 무의식적인 기억일까요? 아마 대부분은 의식적인 기억이라고 답할 겁니다. 왜냐하면 글이라는 일종의 말로 설명을 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저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공부법에 관한 경험은 의식적이 아닌 무의식적인 기억으로 봐야만 합니다. 이유는 실제 시험에서 사용되는 기억이 바로 무의식적인 의미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참 이상하죠? 방금 전에 분명히 의미기억은 의식적인 기억이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시험장에서 공무원 시험 문제를 푼다고 상상해보세요. 100분 동안 5과목의 문제 100문제를 최대한 정확히 풀어야만 합니다.사실 답안지에 답을 표시하는 시간과 어려운 문제에 더 들어가는 시간, 그리고 전체적으로 1~2번 더 검토할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시간이 많이 부족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모든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푸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방금 말한 문제 풀이 시 3가지의 감안 사항을 고려할 때 풀이에 걸리는 시간이 1문제당 30초를 넘어가게 되면 절대로 합격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능한 답을 찾은 후 다시 모든 문제를 전체적으로 검토하려면 문제를 읽자마자 바로바로 답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평소 공부를 할 때처럼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 자체가 없습니다. 답이라는 무의식적인 느낌이 오면 미련 없이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공시문제의 정답을 찾는 과정이 무의식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이렇게 무의식적으로만 푼다면 당연히 합격이 어렵겠죠? 아무리 무의식적이라 하더라도 정답을 찾으려면 당연히 의미기억의 도움 또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시에 합격하려면 이러한 무의식적인 정답 찾기에 더하여 의미기억 또한 동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답을 찾는다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뇌과학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훈련의 핵심은 바로 두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저핵(basal ganglia)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