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살겠습니다.
이제 진짜 도피하지 않고 취업을 할 거라고 다짐하며 여행을 갔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나. 17일간의 태국이 또 다른 나의 새로운 도피처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사건의 전말을 세 줄 요약하자면,
1. 태국 여행 3일 차 자려고 누운 나에게 오늘 술 마시러 안 나오면 후회할 거라는 친구 J의 말에 속아 선풍기 앞에서 더위와 싸우던 중에 B를 만났다.
2. 친구 J의 태국에 사는 한국인 지인들과 오해가 생겼고, J는 나와 틀어진 한국인들과의 시간 때문에 각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3. 혼자 있는 시간에 B와 함께 있다 보니 적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친구와 애인의 중간 역할로 B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음주가무에 미쳐 살던 나에게 태국은 천국과도 같았고 내 온 정신과 육체는 ‘태국에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로 가득 찼다.
물론 사랑에 미쳤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 인생에 서 전부가 아닌가?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태국에서 살려면 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니 태국어가 나랑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문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 (여기서의 생활비는 한국에서의 생활비다.)
혹시 모를 태국에서의 비용도 모으고 싶어 빠르고 많이 벌 수 있는 노래주점 홀서빙을 시작했다. (건전한 준코와 같은 노래 주점이다..! )
저녁 7시 시작해 아침 6-7시에 끝나 집에서 바로 잠들면 출근 시간이었다. 잠들기 전의 시간을 활용해야 했고, 왕복 두 시간 거리를 버스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태국어 공부를 했다. 중국어 전공이 여기서 빛을 발했고 다행히 태국어는 너무 재밌었다.
태국어 선생님의 제안으로 한국어 교원양성과정을 들으며 시험까지 쳤으나 이수로 끝났다. 이 생활이 5개월이 되어갈 즘, 엄마가 ’한심해서 짜증이 난다 + 포기다 네 마음대로 해라 ‘ 가 섞인 눈빛으로 한 마디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어영부영 태국어 배우면서 야간 아르바이트하면서 살 건데, 갈 거면 지금 가서 거기서 배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