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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Oct 30. 2024

[프로브톡 3화] 회피의 나비효과 ③

조직운영이나 리더십, 인사는 딱 잘라 단면만 이야기할 수 없고 크고 작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그래서 특정 부분을 이야기하면 다른 부분은 어쩔 거냔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 HR은 왜들 그렇게 말해라든가 이상적인 얘기 하시네 하는 비판도 듣곤 하죠. 이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전체를 말하자면 끝없을 것이기에 두 번째 레터에서 제 개인적 반성을 해보았다면 오늘은 일하는 모드로 돌아가 당시 에피소드의 상황에서 가장 고려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유사한 상황에서 딱 하나만 체크해 보자 하면 저는 이걸 할 것 같아요.


리더에 누구를 앉히느냐 & 최악의 상황에서 뭘 할 거냐


애초에 적절한 사람을 리더에 선임하면 좋은데 책이며 강의에서 아무리 리더와 전문가의 역할이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조직에서 가장 일을 잘한다는 사람이 리더에 선임됩니다. 일잘러라는 사람들이 보통은 성과를 잘 내고 프로젝트를 리딩하기도 하는 데다 기본적으로 리더가 성과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팀원들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A의 팀장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리더로서의 자질은 부족하고 개인 기여자로서의 전문성이 높은 분이었어요. 자기 연구에 몰입하고 사회성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유려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이런 분들은 자기 연구와 성취를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R&D는 더 그렇죠. 이런 유형은 가끔 "난 포지션에 욕심 없고 내 전문성!"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막상 리더에 선임되면 거절하시는 분을 저는 거의 못 봤어요. 


리더십 유무를 떠나 일을 잘하고,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면 내가 생각하는 걸 하고 싶을 때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려면 불가피하게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게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간 우리나라 조직의 분위기상 리더를 하느냐 마느냐가 하나의 명예이자 실력인정의 증거처럼 느껴지는 것도 한몫하고요. 그리고 해보기 전엔 다 잘할 수 있다, 노력하겠다 합니다. 


그런데 선임하는 사람이나 선임받는 사람이나 간과하는 부분이 있어요. 뛰어난 스페셜리스트 리더로 선임했을 때 리더로서 실패하면 뛰어난 전문가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거예요. 물론 리더에 선임 후 조직문화적으로 면직=나가라(?)의 정서가 있었기에 아무리 못해도 선뜻 면직시키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긴 해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나가거나 면직되었을 때엔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조직분위기가 엉망이 되어버린 후죠. 

리더십에 대한 챌린지가 많은 상황에서 전문가는 잘하지도 못하는 매니지먼트에 에너지를 많이 쏟게 되니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하기도 어렵고, 무능한 리더로 낙인만 찍히게 됩니다. 리더를 떼어 버리면 위에서 언급한 정서 때문에 가장 먼저 느끼는 마음은 "창피하다, 억울하다, 너무하다"가 되곤 해요. 이 때문에 다시 전문가로 돌아간다가 아니라 그 업무에 마저 집중할 수 없고 동기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거죠. 이 때문에 리더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섣부르게 선임하면 조직은 조직분위기, 동기저하가 아니라 탁월한 전문가를 상실하게 된다는 거예요. 


A의 팀장이 전형적인 사례였습니다. 리더의 역할과 실무 전문가의 역할이 다르고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현업에선 구분이 되던가요? 그리고 실제 HR이나 상위 리더들이 이걸 교육 같은 장면에서나 언급할 뿐 그다지 강조하거나 리마인드 하지도 않습니다. 인사 반영엔 더더욱. 그래서 리더 포지션 선임 시 임원이나 인사에서는 그의 전문성과 성과 때문에 풀에 넣었다면 그다음엔 훨씬 신중히 2차 필터를 작동시켜야 해요. 소위 말하는 기회비용의 고려죠. 그의 강점만큼이나 리더로서의 취약점이 무엇이 있는지 (약점에 집중하라는 것과 다른 얘기!) 그 때문에 리더로서 겪게 될 이슈의 시뮬레이션, 그로 인해 리더로서의 예상 시행착오와 전문성 영향의 정도를 좀 더 강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보통은 얼마나 전문가고 성과를 잘 냈느냐, 누가누가 더 그러냐, 선임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실망할 거 같으냐, 추천한 사람의 관계나 입지 등을 재는 데에 더 집중하며 놓치는 부분이에요.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A였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팀장에 집중하느냐. 

팀장이 전문가일수록 매니지먼트 실패 시 그냥 손을 놔버릴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러곤 갈등을 회피하고 난 못한다거나 하기 싫어하는데 팀원들이 일을 하게는 해야 하니 누군가에게 그 일을 떠맡겨 버리는 거죠. 마침 성과 내는 데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고 인정받으며 상향 팔로워십만 내는 경향이 있는 사람, 인정욕구와 권력 욕구가 큰 누군가가 있다면 그 역할을 고스란히 수행하게 됩니다. 소위 나 대신 손에 피 묻히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거죠. 갈등이 있는 건 알고 그가 무리수를 일부 둔다는 걸 알아도 리더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고 리더는 욕 좀 먹더라도 불편한 일상에서 한 발 뺄 수 있게 됩니다. 오른팔만 확실히 밀어주며 그의 동기관리에 치중하게 되는 거예요. 그 덕에 리더가 차라리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성과라도 확실히 내면 다행인데 그런 일은 보통은 잘 일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공공연한 2인자 전성시대가 되고 리더는 그냥 무능한 사람이 되어 버리며, 2인자는 개선과 자기 인식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좋지 않은 리더십이 강화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까지 번지느냐. 
임원은 팀장의 동기 때문에 면직하기 어렵고, 그 팀장은 A덕에 버티고 일이 돌아가기에 A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요. 어느 순간 A는 팀에서 가장 일을 많이 알고 핵심 일에 많이 투입된 사람이 되지요. 조직에 ~~팀 하면 A가 언급되고 큰 기업에서는 핵심인재니 해서 경영진에 노출도 많이 되어 버려요. 그럼 HR이 문제 인지를 해도 쉽게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집니다. HR이 애초에 왜 그런 사람을 팀장에 앉혔냐, A 평가를 제대로 검증했냐, 임원이 문제 아니냐 등으로 책임에 책임이 꼬리를 물고 각자의 이해관계까지 물리며 묵인하고 넘어가게 되어 버리니까요. 


임원과 HR은 이걸 감안해 리더를 선임하고, 이미 벌어졌다 해도 리더의 성향과 조직 분위기, 2인자의 유무(석세서가 아닙니다!)와 그의 스타일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예요. 그리고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초기부터 피드백과 코칭, 필요하면 제도적 결단을 통해 적극적인 개입을 해줘야 하는 겁니다. 

우린 기다려줘야 한다, 육성해야 한다, 임파워먼트 해야 한다는 말에 너무 관대하곤 해요. 그 말이 틀렸다가 아니라 그 말로 회피를 합리화하고 있는지 자기 검열이 중요해요. 좋은 게 좋은 얘기들은 말 그대로 좋은 말일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더라고요. 이미 선임되고 벌어진 리더십 이슈를 "그래서 육성이 중요하고 HRD가 중요하며 그 체계와 제도를 만들고.... 이런 건 앞으로 준비하겠다" 하는 건 다른 얘기거든요. 


수습을 위한 제도와 미래 준비를 위한 제도를 혼동하면 곤란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는 단호하고 빠른 수습의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물론 이때 부정적 선례를 남길 수도 있죠(예를 들면 괜히 리더 했다가 큰일 난다, 조직이 가차 없다 같은). 어떤 제도를 마련해도 모두 긍정적으로 남진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해야 하고 대신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부분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과 절대 방지해야 하는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해 보시기 바랍니다. 


갈등은.... 불가피해요. 다만 뭘 어디까지 감수할 거냐, 그럴 가치가 있느냐에 집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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