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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daDee Dec 09. 2021

싸움의 기술

 다섯 살 그리고 서른넷의 9월

 엄마는 얼마 전 아빠와 부부싸움을 했다! 치고받고 하는 그런 싸움은 아니고… 약간의 의견 조율?!


살다 보면(엄마는 이 단어가 그렇게 어색하더라) 종종 다른 사람과의 의견 차이가 있거나 서로 맘 상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정말 중요해. 그중 평생을 함께 해야 하고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하는 배우자와의 문제 해결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 물론 친구나 부모님과도 마찬가지이고 말이지.

 아직은 그저 엄마의 말들이 온 세계인 너와도 아주 가끔 서로 삐지고 토라지는 그… 싸움이라기엔 좀 그렇고, 의견 차이도 좀 그렇고, 암튼 그런 날들이 있잖아?

 엄마는 그렇더라. 누군가와 부딪치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아. 왜냐면 생각이 다른 것은 어느 누굴 만나도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거든. 어느 사람 하나 똑같을 수 없으니 어디서든 언제든 생각의 차이는 늘 있어왔고 늘 있을 일들이지. 대신 그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 즉 싸움의 기술이지. 싸움의 기술이라는 말이 싸움이라는 단어 때문에 조금 과격해 보인다면 생각의 차이를 해결하는 방법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엄마와 아빠는 아직 잘 싸우는 편은 아닌 것 같아. 아직도 맞춰가는 단계지. 그리고 너와 엄마도 네가 자라면서 맞춰가는 단계가 되겠지? 지금은 엄마가 너무 유리한 것 같고 말이야. 이왕이면 서로 상처를 덜 받으면서 맞춰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도 전적으로 엄마의 몫일 것 같아. 너에게 있어서 누군가와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들을 가장 처음 함께하는 게 엄마일 테니까.

 엄마는 엄마 스스로가 이성적이고 차분한 편에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 크게 어려움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었어. 그런데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쉽지 않더라고. 특히나 일상을 함께하고 이제는 가족으로 연결된 아빠와 의견을 나누다 보면 의견에 감정이 엄마도 모르게 들어가 버려서 싸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엄마 스스로 여유가 없을 때는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일들이 못 견디게 불편한 일들이 되기도 하더라. 다른 사람들보다 가족들과 겪게 되는 의견 차이는 좀 더 복잡해. 그러다 보니 엄마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해결할 일들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익숙하고 편안한 관계에서 오게 되는 조심해야 할 감정들이야. 이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건 없는데, 관계에서 오는 익숙함에서 그걸 종종 잊기도 하거든.

 그리고 또 네가 태어나고 한 3년간은 육아에 지쳐서 엄마가 많이 예민했었어. 네가 5살이 된 지금도 아직 회복 중이야. 그래도 초반 3년에 비해서는 엄마가 겪고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생긴 것 같아. 생각보다 딱 한 발만 물러서서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경우들이 많거든. 그렇지만 그게 어렵지.


  예전에는 엄마 생각에 연애 상대나 친구 가족까지도 싸우게 되고 문제가 생기는 대에는 절대적으로 두사람다 책임이 있고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엄마가 생각하는 문제나 의견에 대해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지. 상대가 내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것 또한 오만이더라. 어디까지나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 상대는 이해해줄 것이다 라는 건 철저히 엄마만의 생각이었던 거지. 아무리 마음에 맞는 친구, 평생을 함께하려고 선택한 배우자,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도 타인은 타인이거든. 이 세상에 나와 100센트 일치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 누군가의 나에 대한 공감이 주는 힘은 엄청나거든. 그런 경우는 손에 꼽히기도 하고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타인인 나를 다 이해하고 나 또한 누군가를 다 이해한다는 건 너무나 이상적인 전제인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치 엄마 아빠가 종종 싸우는 순간들에 이 싸움은 언제까지나 영원히 계속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되도록이면 그 횟수를 적게 노력할 뿐 완벽한 해결이란 없는 거구나.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싸움이 그 순간에도 싸움이 끝난 이후에도 여파가 계속되어서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어. 그래서 책도 찾아보고 이렇게도 대화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꽤 많은 노력들을 했던 것 같아. 아직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렇지 찾기만 한다면 싸우지 않고 늘 불편한 감정노동이 없는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건 마치 유니콘처럼 이상일뿐이라고 깨닫고 나니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와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게 정말 피곤한 일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기쁨, 즐거움, 안정감, 등등 수많은 기분 좋은 것들은 훨씬 더 크다는 걸 알고 있지. 그래서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엄마가 누구와 그런 상황에 놓였느냐에 따라 수용의 정도가 다르단 걸 생각하게 됐어. 충분이 감정적이 되지 않고 의견을 잘 조율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물론 사람마다 상황 감정이 같을 수 없으니 수용의 정도가 다른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겠지만, 바꿔 말하면 엄마는 충분히 감정적이었던 일들도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지.


  그렇게 다다른 결론은 엄마의 마음, 여유의 정도가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 기분이 좋을 때 부족한 마음이 없을 때 생기는 트러블들은 어렵지 않게 잘 처리하게 되거든.

 결국 문제의 해결을 상대방에게 나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엄마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자신의 감정상태를 이해하고 여유의 정도를 알아야 했던 거지.  

 

 엄마가 가장 예민하고 여유가 없었던 육아 초기를 생각해보면, 문제의 원인은 단 하나 엄마의 일상이 무너져있었다는 것. 사람에게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 자는 것들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다 보니 체력이 무너지고 무너진 체력은 사람을 예민하고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어. (이렇게나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한 일이란다.) 그리고 그 일상들 사이사이에서 스스로를 충전시켜주는 것들이 무엇이지 알고 있어야 하지.

 이를 테면 엄마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롯이 음악소리만 들리는 산책길, 아무 생각 없이 쌓여가는 색연필 색감들, 편지를 쓰는 일 등이 되는 거야.

 엄마 너에게 늘 경험하게 해 주고 몸에 익었으면 하고 노력하는 부분들이지. 이런 작지만 사소한 것들이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데 큰 재료들이 되어주거든. 그리고 그 여유가 어떤 문제들 앞에서 멈추서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되어줄 거야. 그러니까 결론은 싸움의 기술 중에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술은 평소에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 여유가 일상에서 조금씩 채워지기 위해 순간순간의 사소한 행복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갑작스러운 문제에도 커다란 문제에도 조금 더 침착하게 맞이 할 수 있을 거야.


꼭 문제를 대면하기 좋은 기술로써 말고도 하루를 가장 쉽게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어줄 거야.

사소하고 작아 보이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아주 많거든. 그렇지만 그것들을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시간을 쏟을 줄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없어. 일상이 그만큼 여유롭지 않거나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애초에 그런 방법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경우들도 많거든. 그래서 엄마는 네가 일상 속에서 작고 소소한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선 엄마가 네게 작고 소소한 행복들을 많이 만들어 줘야겠지. 엄마가 발견한 소소한 행복들이 네 일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엄마 또한 엄마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 되는 것 같다.


우리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안아주며 살아가자.

너에게 엄마의 온기를 많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

너의 온기 또한 엄마에게 행복이야 :)


잘 자고, 우리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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