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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Mar 07. 2023

솔직한 피드백에 대한 오해

무례한 피드백 말고, 솔직한 피드백

최근 리더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솔직한 피드백’을 왜 그렇게 견디지 못하죠?


왜인지 말해줄까 하다가 참았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원치 않는 타인의 험담을 줄곧 들어야 하고 설령 얘기해도 납득하지 못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괜한 논쟁으로 소중한 나의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는 약간은 무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대답했다.


하하,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는 씩씩거리며 그 ‘우리 회사 사람‘의 이름을 대며 다른 사람에게 또 같은 말을 번복한다. 자신의 피드백을 왜 그렇게 거부하냐며.




내 리더는 내가 입사하고 수습기간인 약 3개월간 나를 그가 이야기하는 솔직한 피드백으로 ‘테스트’를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본인 입으로 내게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이야기했다. - 시니어라고 왔는데, 과연 그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심보였던 것 같다.


그는 내가 입사한 지 일 년이 가까워질 때쯤, ‘이 정도면 합격’과 같은 제스처로 쓸만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 나지만 딱히 소프트하진 않았다.)


그리고는 다시금 나에게 요즘 입사하는 친구들은 솔직한 피드백에 대해 너무 힘들어한다며 말을 덧붙인다. ‘달하씨는 그래도 내 피드백을 잘 받아줬는데’라고 말이다. 음... 내가? 그랬던가??


솔직한 피드백에 대해 정의해 보자. 솔직하다는 것의 정의부터 한 번 볼까?


솔직하다.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


자, 그럼 피드백에 대한 정의다.

- 교육 관점의 정의: 학습자의 학습 행동에 대하여 교사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일
- 심리 관점의 정의: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일


그럼 솔직한+피드백은,

어떤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거짓이나 숨김없이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되겠다. 나에게 그는 교육 관점일 테니 학습자인 나의 행동에 대해 거짓 없는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솔직한 피드백이라 하겠다.


근데 그가 이야기하는 솔직한 피드백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뭐, 물론 내가 약간의 부정적 감정이 있는 것은 인정, 그러나 습관처럼 이야기하는 ‘아니 아니 그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회사에서는 그걸 바라지 않아요. 아니, 이게 이해가 안 돼요?’ 등 주관을 한 움큼 담아서 피드백을 하는 것. 그것은 과연 솔직한 피드백이라 할 수 있을까. 그는 그의 생각에 나의 견해가 ‘잘못’됐다는 것을 어떻게 객관화해서 알려줄 수 있을까.


이 정도는 그래, 백보 양보해서 사회생활 경험이 많으면 후배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라 치자. ‘아 정말, 회사 한 두 번 다녀요?’라든가 ‘생각보다 보수적이시네’라든가 상대에 대해 본인 기대치에 준하는 ‘평가’가 수반이 된 것은 그가 강조하는 솔직한 피드백과는 다른 얘기인 것 같다. 그것은 오로지 그대의 감정, 본인은 지금 의견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음을 표출하는 태도일 뿐이다.


솔직한 피드백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객관적 수치가 또는 정성적 의견이 서로 조금 어긋날 때, 함께 그 상(像)을 맞추기 위해서 정확하게 서로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피드백은 상호작용이다. 발언의 주체는 일방향일 수 있지만, 받은 학습자의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는 언제나 정중해야 한다. 상사라고 해서 위계상 아랫직원에게 함부로 삿대질을 하거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언성을 높이는 것은 절대로 솔직한 피드백으로 이어질 수 없다.


아니, 이게 이해가 안 돼요?

가 아니라,


저는 이런이런 의견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가 솔직한 피드백에 가깝다.


솔직하게 피드백하라는 것은 무례하게 질책하라는 것이 아니다. 물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이 있을 수 있지만, 건강한 논쟁은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끌어준다.


그 ‘솔직한 피드백‘을 상대가 견디지 못하는 것이 나의 무례함에서 비롯된 불편함은 아닌지 항상 생각해봐야 한다.


나 역시 시니어가 되면 간혹 이제 막 배워가는 주니어를 보며 ‘아니, 그대여. 어찌 이것도 모르고 회사에 들어왔는가’싶을 만큼 답답할 때가 찾아온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파악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알아듣는 언어로 알려주고 잘못된 점을 또는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성장시켜줘야 하는 것, 그것이 시니어의 몫 아니던가.


나를 테스트했던 나의 상사는 솔직한 피드백에 대해 다시 배워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더욱이 리더는 항상 어떤 의견을 제시하기 ‘안전한 터전’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자기 의견을 받들지 아니하였다고 삐치지 말고(제발), 누구든 안전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먼저 구축한 뒤 솔직한 피드백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 안정감이 없는 리더 앞에서는 절대로 피드백에 대한 긍정적 상호작용은 일어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겠다. 아쉽게도 3개월의 테스트 기간 동안 나는 그대의 ‘솔직한 피드백’을 잘 받아준 게 아니다. 제대로 된 피드백이 아니었기에, 그저 ‘건방진 가르침’을 한 귀로 듣고 흘리고 1년간 나의 귀한 멘탈을 지켰을 뿐이다.


언제 퇴사할지 모르겠지만 퇴사 전에는 꼭 그가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 퇴사하는 그날에는 나 역시, 그대에게 정중하게 솔직한 피드백을 드리리라. 이 글을 읽는 리더들에게도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오늘의 나는, 누군가에게 ‘솔직한 피드백’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 뒤에 내 의견에 반하는 상대에 대한 ‘감정의 표출’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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