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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은 Mar 10. 2021

나는 부자가 되고 싶어요!Ⅱ

6. 9살 둥이네 엄마표 경제교육 이야기(가치는 주관적이다. 가치효용설)

오늘도 쌍둥이는 유튜브 삼매경이다. 엄마는 어린 시절 TV 삼매경이었다. 특히 드라마 한 편이 정해지면 초집중 정주행을 했던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TV 속으로 들어가겠다”라는 핀잔을 자주 들었다. 그랬던 엄마가 이제 둥이에게 “너희는 유튜브를 끼고 사는구나”며 잔소리의 대를 이어간다.


엄마도 책보다는 영상이 훨씬 더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책 읽기의 재미도 깨우쳤다. “부모가 책을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봅니다.”라고 누가 조언했던가. 뻥이다. 엄마가 책을 봐도 우리 집 둥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유튜브를 본다. 게임을 한다. 엄마는 육아도 책으로 하고, 자기 계발도 책으로 하는 반면 둥이는 학습만화 정도 보다가 바로 유튜브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언제 책의 매력과 책 읽기의 재미를 깨칠까? 어떻게 책 읽기를 습관화시킬 수 있을까? 엄마는 걱정과 함께 입을 틀어막는다.


아들 민이가 가장 좋아하고 구독 중인 유튜버가 한 번은 서울에 집도 사고, 본인의 수입도 밝힌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들은 민이는 엄마에게 그 금액을 알려주면서 “정말 많이 벌지?”하며, 갑자기 엄마에게 “엄마는 얼마 벌어?”라고 묻는다.


순간 엄마는 당황하였지만, 이 질문이 얼마나 예민하고 중요한 질문인지 모르고 묻는 9살 아들의 질문이다 싶어 애써 미소 지으며 태연한 척한다.


아직 돈의 크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우리 쌍둥이와 공유된 정보는 둥이와 연결된 모든 이들과 공유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엄마는 속으로 다짐한다. "절대 알려 주면 안 된다. 말조심해야 한다."


“엄마는 그 유튜버만큼 그렇게 많이 벌지는 못하는데.........”, 


“그럼 엄마도 유튜브를 한번 찍어봐”


“그럴까? 그럼 엄마도 그분처럼 사람들이 많이 구독해 줄까?” 


“아니, 그건 좀 힘들 수 있어” 


아니 모를 일도 아니고 힘들 거라는 추측을 이렇게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하다니. 9살 아들 눈에도 엄마의 가치는 대번에 가늠이 되는가 보다.


“그런데 엄마는 왜 그 유튜버 보다 돈을 못 버는 걸까?”엄마가 물으니 민이가 답한다. 


“유튜버가 요즘 가장 돈을 잘 버는 거 아니야?”


“돈을 잘 버는 분야가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면 인기 있는 직업이나 분야가 바뀌기도 해” 


“또 모든 유튜버가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라, 민이가 좋아하는 유튜버처럼 몇백만이 넘는 구독자가 있어야 돈을 많이 벌게 되겠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거지”


“어떤 분야에서든 그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만 갖고 있는 희소한 가치를 가지면 그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거야”


방금 엄마는 나름 가치 효용설에 대해 설파한 것인데, 아주 시크하게 “응” 한마디 하고는 말이 없다. 

대체 내 말을 듣긴 한 것인지, 이해를 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고 싫음이 있다. 경제학적 용어로는 선호라고 한다. 선호는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타인과의 선호를 비교한다거나 순위 정도를 매길 수 있을 뿐이다. ‘초코우유가 얼마나 좋아?’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초코우유가 흰 우유보다는 좋아’라고 말할 수 있듯 말이다.


이런 선호는 개인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만족감, 효용(utility)도 개인마다 다 다르다. 

이렇게 선호가 주관적이니까 우리가 선택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도 결국은 다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은 물건이나 서비스는 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고, 그 가치가 희소하기 까지 하다면 당연히 더 비싸지지 않겠나.

경매장의 물건만 주관적 가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게 아닌 것이다.


부자가 꿈인 아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방향과 직업을 찾았으면 하는 엄마는 불현듯 떠오른 아들의 옛 장래희망을 다시 꺼내 설득해보려는 흑심을 은근슬쩍 드러내 본다. 


“민이는 7살 때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많은 환자에게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의사 선생님이 되면 부자도 될 것 같은데 어때? “라고 하니 민이가 답한다.


“아니, 나 유튜버 생각 중인데”


아, 역시 쉽지 않다. 


엄마는 둥이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늘 노력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성장 ·발전시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주고, 필요로 하고, 인기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너의 꿈대로 부자도 되어라. 너 다 가져라. 엄마는 너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 


엄마는 믿고 있다. 주식, 부동산, 그 어떤 자산보다 자기 자신에게 투자한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너희 삶을 위해 기도한다. 우리 쌍둥이 파이팅! 엄마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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