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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Jun 02. 2022

우리의 일벌이기

이리 재미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어


"친구 바쁘니~?"

"뭐가 잘 안 풀리니? 커피 한잔 할까?"

"지금 당장 콜!!"


잘 안 풀린다는 건, 머릿속이 무언가로 많이 꼬여있다는 것. 그만큼 집어넣은 것들이 많다는 것. 풀고 풀어 막힌 길을 뚫어야 한다는 것. 커피 한 잔이 테이블 위에 자리하고, 둘의 수다는 꽃을 피운다. 꼬인 실타래를 풀 때마다 일이 하나씩 늘어나는 건 기쁜 일일까. 그렇지 않은 일일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부터였던 것 같다. 늘 일이라는 것이 고팠다. 기저귀를 갈고 세탁기를 돌리는 일 말고, 나의 배움을 통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일. 그 안에서 인정받으며 사회적인 위치를 쌓고 싶었다. 내 통장에 그 대가를 알려주는 금액이 '0' 몇 개를 달고 자리하길 바랐다. 누군가는 육아만으로도 벅찬데 어찌 그걸 다 해내느냐고 말했다. 고픈 마음을 움켜쥐고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다.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누군가를 만나며 마구잡이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었는지, 잘 소화는 되었는지, 영양가는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적우적. 체증이 올라왔다. 내 안에 자리한 잡동사니들이 밖으로 나오고 싶다며 손짓을 했다. 일벌이기는 그때부터였다. 녀석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귓가에 속삭였다. '되든 안되는 일단 해봐.', '이것도 해볼까?', '저건 어때?', '유후~ 신난다!!'

반은 나왔다가 세상사 호됨을 겪고 질식해 죽거나, 다시 안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살아남은 녀석들은 나와 함께하며 성장해가고 있다. 여전히 살아남은 놈들을 믿고 일을 벌이고 또 벌이는 중이다.


일벌이기는 그녀와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고, 일벌이기도 맞잡으면 날개를 단다. 서로의 일을 더 부추기는 건 기본이오. 함께 손잡고 해볼 만한 일을 만드는 건 순식간이다. 나의 부족한 점은 그녀가, 그녀의 부족한 점은 내가 채워나간다. 우리 안에 자리한 녀석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좋은 짝을 만나 불쑥불쑥 하이파이브를 하는 격이다.

지금까지 벌인 일은 그녀와 함께 [어른 친구] 글을 써나가며 차곡차곡 채우고 있고, 벌이기로 한 일을 한 가지만 얘기해 보겠다. 둘 다 얘기해놓고 웃었지만, 또 모른다. 정말로 이루어질지.

요조와 임경선을 넘어 둘의 편지글을 담아 책을 내보자는 얘기를 했다. 두 작가의 캐미가 워낙 좋은 지라, '우리도 한 번 도전해 봐?' 라는 욕심 반, 희망 반을 담은 이야기였다. 다음엔 그들의 교환일기를 함께 읽고 깊은 수다를 나눠보자고 했다. 


이루어지든 그렇지 않든 재미있지 않은가. 무언가 새로운 일을 내 삶에 자리시킨다는 것 말이다. 일을 벌인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이리 재미난 일이 많은데 말이다.

다음엔 또 무슨 일을 벌일까.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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