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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Dec 23. 2020

산시엔 미펀이 뭐지?

넷플릭스 영화 추천 <우리의 계절은>

   

   때로는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 마음 늘어짐이 심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늘어진 마음 테이프를 다시 팽팽히 감아야 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여파로 텔레비전 리모컨 점령 1순위가 신랑이 되면서, 아이들과 나는 넷플릭스를 접하게 되었다. 넷플릭스를 접하게 된 것은 북한 군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리정혁 앓이가 시작되었고, 사랑의 불시착을 블로그에 포스팅 하면서다. 신랑과 나는 영화나 드라마의 취향이 너무 다르다. 신랑은 주로 멜로드라마, 나는 자연인이다, 애정전선이 있는 영화 위주인데, 나는 주로 CSI, 전쟁영화, 애니메이션, 액션, 다큐멘터리, 사극, 동물의 왕국을 주로 보며 멜로드라마는 아주 가끔 보는 편이다. 전쟁영화, CSI 이쪽을 좋아하는 것은 관찰, 사람의 심리 파악, 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며, 애니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마시멜로가 된 거 같다.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2년의 연애기간 동안 2편의 영화를 본 정도인데, 그중 한 편이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이다. 연애 때는 최대한 나의 취향을 존중해줘서 같이 봤을 뿐이다. 팬더믹 시국에 신랑은 텔레비전으로 드라마, 영화를, 아이들과 나는 넷플릭스로 영화나 애니를 본다. 아직은 영화관이 없는 동네이고, 식구마다 서로 다른 취향의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힘들어, 넷플릭스 하나의 아이디로 다채널을 즐긴다. 아이들과의 나의 접점은 애니메이션이다. 서로 보는 시간대가 달라도 같이 이야기를 하거나, 좋은 영화가 있으면 서로 좋은 영화를 권하며 스포를 양념으로 치면서 또 다른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딸은 ‘우리의 계절은’에 대하여 글을 쓴다고 하니, ‘해어화’ 이야기도 써보라며, 그 인물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이야기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넷플릭스에서 ‘우리의 계절은’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끌게 된 것은 산시엔 미펀과 영화 제목 때문이었다. 요리를 하고, 요리에 대한 글을 써서인지 산시엔 미펀에 담기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 번이라도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같은 음식이라도 하더라도 그때마다 추억이 다르고, 똑같은 맛이어도 그때의 분위기, 마음에 따라 다른 향과 다른 맛이 스며드는 것을 안다. 음식과 계절에는 어떤 이야기가 스며들까?  

   


 

 

  ‘우리의 계절은’의 포스터를 보면, 파란 재킷을 입은 남자가 커다란 여행을 가방을 들고 건너편 건물의 3층을 바라보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길 건너편의 왼쪽에는 늘씬한 모습의 언니와 동생으로 보이는 자매가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려는 듯 보이고, 오른쪽에는 음식을 먹는 모습의 남자도 보인다. 왼쪽과 오른쪽의 건물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며, 왼쪽 건물 속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 만 같다. 우리의 계절은 3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되어 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공항 대합실에서 포스터에 나오는 이들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광저우 215편의 탑승 안내 방송으로 애니메이션은 시작한다. 첫 편의 첫 장면은 비 오는 날의 풍경과 이런 자막이 뜬다.      

“공복이 마음속을 잠식해 간다."

“식은 국을 마시 듯 사람들을 삼킨 후, 기계적으로 뱉어내는 지하철”

“차가운 도시는 사람들을 무표정하게 만든다."


차가운 도시여서 사람들은 저마다 무표정하게 오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산시엔 미펀을 떠올린다. 어렸을 적 주인공이 먹었던 산시엔 미펀은 닭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끓여낸 육수에, 표고버섯, 돼지고기 간 것을 볶은 것, 종종 썬 쪽파, 계란 프라이를 얹은 것이다. 주인공의 성장해 감에 따라 산시엔 미펀은 다른 재료, 다른 맛, 다른 추억을 가지게 된다.      



산시엔미펀의 면



  어릴 적 먹었던 산시엔 미펀은 면 하나하나가 투명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당면인 납작 당면을 알고 있는 지라, 산시엔 미펀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추억의 음식과, 그 음식이 나에게 어떤 느낌인지를 생각해봤다.      



산시엔 미펀 맛이 궁금하여,  닭고기로 그려본 산시엔 미펀



첫 편이 더 와 닿았던 이유는 한글 자막이 너무 멋져서 가슴을 계속 하나씩 적셨기 때문이다.

“어제의 따스함도 여전히 남아 오늘을 채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심한 내가 앞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작은 패션쇼’로 포스터에 보이는 늘씬한 언니와 동생의 이야기이다. 언니가 하는 일은 모델이다. 부모의 죽음으로 떨어져 살던 동생과 같이 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와, 모델 일을 그리고 있다.  빛나는 스프라이트처럼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인생에서 계속 빛이 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우리를 찾아온다. 내리막에서 우린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니는 “계속 빛나고 싶다”라는 한 마디를 던진다. 우리는 계속 그러기를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편에서는 엇갈린 사랑, 집에 대한 이야기, 각자 해 앞에 당당한 해바라기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해 앞에 당당한 해바라가 될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 ‘우리의 계절은' 잔잔하면서도 어쩌면 그냥 평범한 일상이 느껴지는 시시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이 맛이 전해주는 작은 행복은  산시엔 미펀처럼, 언니가 입었던 옷처럼, 자신이 원하는 집을 찾은 3편처럼 일상의 행복은 의, 식, 주에서 느낄 수 있다. 의, 식, 주는 우리 일상을 늘 에워싸고 있지만, 그때마다 우린 다른 계절을 그리기도 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트렌트인 지금, 일상의 미니멀 라이프를 느끼고 싶으신 분이나, 소소한 행복, 아련한 추억에 잠겨보실 분은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늘어진 마음 챙기실 분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시고,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전 포인트

 1) 각 단편이 중국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도시가 어디인지 살펴보세요.

 2) 각 단편마다 추억의 물건이 하나씩 나오는데, 어떤 물건인지 찾아보세요.

 3) 각 단편마다 나오는 음식 보기-첫 편은 산시엔 미펀, 두 번째 이야기에서 동생이 해준 음식은?

      세 번째 이야기에서 시절 별로 즐겨먹던 음식 찾아 보세요.

 4) 세 번째 이야기에서 여주인공이 건넨 물건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는지 꼭 보세요.

    (우리의 마음도 그러기를 바라니까)

 5) 12세이상 관람가능해요



ps. 맛을 그려 본 산시엔 미펀은 요리 글로 올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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