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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경 Jun 05. 2024

기획, 연출, 공연 전체 총괄을 마무리하며

21년, 그리고 22년. 나의 단독콘서트를 진행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제한이 걸린 공연장 최대 수용 인원 58명. 5명의 공연자들을 제외한 53명의 관객들이 사전 티켓을 구매하고 눈이 펑펑 내리는 12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나의 첫 번째 콘서트를 위해 착석해 있었다. 공연 시작 직전까지 공연 준비를 마치고 1층에서 관객들을 안내해주던 동생을 데리러 내려갔다.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서 결국 참았던 눈물이 나도 모르게 쏟아졌다. '언니, 그동안 그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준비했고, 평소 실력대로 오늘 후회 없이 즐겨보라'며 안아주던 동생 앞에서 몇 번의 신음소리와 함께 답답함과 안도감 그 사이 어느 감정의 눈물을 흘리고서 심호흡 후 공연장 문을 열고, 무대 중앙에 앉았다. 반주 없이 인트로 노래를 시작하고서, 첫 곡 시작 전 멘트를 하며 ‘나와 친분이 있거나 그 친구의 소개로 함께 와 자리를 빛내주는 사람들’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여 눈물을 겨우 삼켜내고 겨우 멘트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첫 곡 '담아' 자작곡을 불렀다.


   하루하루 복잡한 마음으로,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닌 자꾸만 지하 속을 거니는 듯한 내 모습을 보고 하나의 목표를 갖고 다시 일어 서보자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려경, 아직 여기 이렇게 살아있어요.’ 알리기 위해 준비했던 나의 첫 콘서트는 공연 이후 바닥을 채울 만큼의 축하 선물과 사인회, 사진을 찍으며 잘 마무리되었다.


   ‘려경아, 내년 콘서트도 기대할게.’ 말도 안 된다며 다시는 못하겠다며 언젠가 하겠지 하며 웃고 넘겼던 그 콘서트를, 2022년 10월 첫날 충주에서 다시 하게 되었다.


   충주 음악창작소에서 공연 지원 사업이 있었고, 고민 끝에 연차를 쓰고 오디션을 보러 가기로 했다. 분명 차 시간에 맞춰 갔는데 시내버스가 없었다. 알고 보니 출발지가 충주, 도착지가 청주였다. 어이가 없었다 얼른 충주로 가야 하는데. ‘일단 진정하자 시간은 여유가 있고, 방법이 있을 거야.’ 평소 운전을 자주 하지 않지만 가끔 회사 차를 끌어봤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지인 운전을 택했다. 그린카를 찾아 나섰지만 시간이 맞는 차가 없었고, 쏘카에서 돈을 더 주고 신형 소나타를 빌렸다. 버튼식 차라 어떻게 브레이크를 푸는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다 지하주차장 학원차를 타고 있는 기사님께 문을 두드렸다. 좀 도와달라고. 그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따라 목적지로 출발했다. 충주 음악창작소 주변에 음식점이 어딨 는지 몰라 밥을 못 먹을 것 같았고, 아침부터 빈속이었던 나는 밥을 먹어야 진정이 될 것 같아 휴게소에 들러 국물이 있는 육개장을 시켜 먹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오디션 시간이 딜레이 되어 차에 앉아 목을 풀었다. 내 차례가 되었고, 당당하게 걸어 나가 인사를 하고 20년도 충북문화재단 음원 지원사업을 통해 만든 자작곡 ‘위로’를 불렀다. 준비해 간 질문 중 가장 대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에 당황스러움도 잠시,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웃으며 인사 후 무대를 내려왔다. 그 10분을 위해 달려온 게 허무하면서도 이렇게 무사히 올 수 있게 일찍 나서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청주로 돌아왔다.


   좋지 않은 여건이 겹쳤지만, '콘서트 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음에, 나의 공연에 찾아와 주신 관객분들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공연을 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예산이 빠듯해 풀세션은 하지 못해 최소한의 세션 기타와 건반 팀원들을 찾아 연습을 시작했다. 작년과 연습하는 방법, 시간, 개인이 갖고 있는 열정 등 여러 가지가 달랐지만, 한 번 준비해봤다고 무대 위 공연 외 부수적인 포스터, 팸플릿, 트리 방명록 등은 빨리 준비할 수 있었다. 21년도 공연과 가장 큰 차이는 무료 공연, 장소가 청주가 아닌 충주 즉 내 지인들이 아닌 정말 낯선 사람들이 관객인 부분이었다.


   공연 당일, 대학교 시절 가요제, 무대 등에 서기 전에 항상 먹던 국밥을 먹고 충주에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담당자님이 다급히 나를 찾아오셨다. 오늘, 날이 너무 좋아서 충주에 큰 공연을 4개나 한다는 것이다. 나의 관객분들은 충주분들인데, 매체에서 들어보지 못한 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오기에는 너무도 악조건이었다. 평소 뮤지트 공연장에 행사가 있으면 항상 보러 오시는 20-30명의 모임 인원들이 오늘은 못 올 거 같다고 연락도 오셨다고 한다. 좀, 아쉽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공연 직전 담당자분은 내가 입구 쪽에 마련해둔 트리 방명록 종이를 들고 와 보이며 ‘려경 씨, 다 채웠습니다.’ 하며 나를 또 찾아오셨다. 초록색 인주로 지문을 찍어 채워진 방명록 나무는 잎이 가득 차 있었다. 정말 감사했다. 유명 가수가 오는 행사장, 충주에 큰 행사가 4곳이나 있는데 오늘같이 날씨도 좋고 ‘그 좋은 날’ 오로지 나의 포스터와 내 공연 소개가 적힌 글을 보고 ‘려경의 스며들다’ 두 번째 콘서트를 찾아준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관객이 1명만 있어도 내가 준비한 무대를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찾아주시다니. 공연 직전 그 초록 나뭇잎을 보니 힘이 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평소 연습하고 준비했던 만큼이라도 하자'. 나를 믿고 거울을 보고 웃어 보이며 '잘, 즐겨보자' 말해주었다. 인트로 무대인 건반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 문을 열고 한 손엔 갤럭시 패드를 한 손엔 물병을 들고 무대에 당당히 걸어 올라갔다. 콘서트장인 만큼 조명도, 음향도 좋았다. 작년과는 달리 관객들은 어느 정도 떨어진 관객석에 앉아 계셨다.


   단순히 노래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스토리로 풀어가며 그 이야기에 ‘노래’가 의미를 더해주는 스토리텔링적 공연을 하고 싶었던 나는 그렇게 준비한 공연을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즐겁게 마무리했다. 처음 보는 분들께서 앙코르로 내 자작곡 ‘담아’를 외쳐주셨고, 그 무대를 마무리하고 내려와 사진을 찍고 내 팸플릿, 심지어는 내 포스터를 들고 오셔서 사인을 받아 가셨다.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오늘 오길 정말 잘했다.’ 어떻게 오시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내 포스터의 느낌이 좋아 오셨다고 한다. 곡이 나오는 모든 순간을 영상 찍는 분, 곡이 끝나면 박수와 환호로 반응해주시는 분, 가족들과 함께 오신 분, 청주에서 충주까지 보러 와 준 동생과 친구들, 무대를 준비해주신 스태프분들, 함께 준비해준 세션 팀원분들 모두 감사했다.


   21년도와 공연 준비 과정도, 관객분들도, 공연 이후 관객들과의 마무리 소통도 모두 달라 마음이 뭔가 이상했다. 콘서트가 끝나고서 느낌 감정도 많이 달랐다.


   음악은, 무대 위에서의 나는 내게 어떤 의미일까. 언제 또 나의 콘서트를 하게 될까. 문화콘텐츠학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며 언젠가는 나의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그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그 꿈을 21년도에 벌써 이루고서, 22년도에는 더 공연환경이 좋은 콘서트장에서 두 번째 콘서트를 했구나.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때는 더 많은 나의 자작곡으로 그 시간을 채우고 싶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 잔잔한 향이 나는 캔들 같은 기억을 또 선물해 줄 수 있는 날이 올까.


   첫 번째 콘서트의 부재 ‘위로’를 통해 그 시간이 1년간 고생한 우리 모두에게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개개인이 자신을 돌아보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두 번째 콘서트 ‘스며들다’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스며들어 잔잔하지만 따스함으로 스며들길, 관객들의 감정이 무채색으로 준비한 이 포스터 위에 저마다의 감정으로 다채롭게 채울 수 있길 바랐다.


   22년 10월 1일 토요일 17시 시작 18시 10분 끝.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콘서트 ‘스며들다’는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과 함께 따스히 마무리되었다.


[공연라이브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Hjui_Z4fS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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