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주요 여정은 아래와 같다.
- 2011년 8월 만남
- 2020년 2월 혼인신고 후 함께 살기 시작
- 2022년 10월 결혼식
- 2023년 4월 마침내 신혼여행
애초에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극 J형인 나에게 여행이란 미션과 같다. 손해 보는 것(정확히 말하면 속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은 여행은 더 꼼꼼하게 준비하게 된다. 루틴을 중시 여기기 떄문에 여행 동안 밀린 일들을 다녀온 뒤 처리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 굳이 여행의 좋은 점을 찾자면 함께 가는 사람들과 쌓는 추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혼여행을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10년 넘게 연애를 했기 때문에 결혼식도 어느날 우연인 듯 아닌 듯 산책길에 들린 식장에서 상담을 받고 그날 바로 예약하고 돌아와서 3개월도 안 되어 올렸다. 딱히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았고 결혼식 내내 웃으며 즐겁게 마쳤다.
신혼여행을 바로 갈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고, 우리 부부 일정과 대내외적인 국제 정세(?)가 좋지 않았던지라 해외여행은 잠시 미루었다. 식 마치고서는 대신 속초에 가서 며칠 쉬다가 왔다. 이후 해외여행을 간다면 어느나라로 갈지가 한 번 씩 대화거리였다.
그렇게 6개월 가까이 흘러 우리 부부 모두 여유가 조금 생겼고, 지금 아니면 또 당분간 장기여행을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해외여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해외에 대한 동경이 딱히 없는지라 장소는 상관 없다는 입장이었고, 아내는 2016년 다녀온 유럽여행을 좋게 추억하고 있는지라 유럽을 희망하였다. 우리가 함께 다녀온 나라는 필리핀과 일본이 다였고, 나는 유럽자체를 가본 적이 없어서 좋다 하였다. 지인들이 많이 추천해준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아내가 바다를 좋아해서 바다가 있었으면 했으나 아예 휴양지로 가고 싶진 않았기에 적당한 볼거리와 쉴거리가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스페인에 관한 영상을 몇 편 보았는데 영상 속 바닷가도 초라해보이고, 아내는 가고 싶어 하는 유럽의 모습이 아니라 하였다.
의욕에 불탄 아내가 도서관에 가서 여행 책을 몇 권 보고 오더니만 이탈리아를 이야기 하였다.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이라는 책을 대여해왔는데 살펴보니 바다가 있고 역사와 예술이 있고 무엇보다 아내가 중시여기는 먹거리가 있는 나라였다.
이탈리아로 잠재적으로 결정을 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일반인들의 브이로그를 비롯하여 "톡파원25시" "조승연의 탐구생활" "배틀트립" 등의 프로그램과 가이드로 활동 중인 분들의 "임성일의이탈리아" "이태리부부" 등 영상을 보며 정보를 수집하였다. 극J인 나의 성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