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꽂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작 Sep 28. 2021

정글의 정원사

다음날



다음날 아침, 준은 분주했다. 대회가 열릴 aT센터로 가는 차는 잠시 정체되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전시장 안에는 팀원들과 화이트 사각모자 수백 개가 눈에 띄었다. 북적거리는 관람객 틈에 리은도 와 있었다. 강렬한 화이트 레일 조명과 경쾌한 음악이 흘렀다. 그 가운데, 경연장 B구역에 들어섰다. 벽면의 큼지막한 디지털 시계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마법의 정원 팀은 침착하려고 애썼다. 특히, 준은 머릿속 동선을 따라 레시피를 떠올렸다.



 장내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 폭죽이 터졌다. 조리협회와 외식업 관계자는 리본을 잘랐다. 진행자의 선두 멘트가 울려 퍼졌다. 250팀이나 참가한다고 했다. 조리사들의 손과 눈이 바빠졌다. 조리복 어깨 위로 플래시가 하나 터졌다. 마법의 정원 글자 배지가 더욱 빛났다. 리은은 짧은 기도를 했다. 미리 제출한 레시피대로 되라고. 다섯 명의 조리사들은 디저트 요리에 한창이었다.            


 달걀흰자를 휘핑하는 A, 짤주머니 반죽을 짜는 B, 가나슈를 얹는 C. 이들의 동작은 그림 여러 컷을 프로젝터로 돌리는 듯했다. D가 구움색을 확인하는 동시에, 잔상효과가 멈췄다. 시트가 쫀득했다. 초코 다쿠아즈 성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오렌지를 졸인 물에 젤라틴을 녹였다. 능소화를 닮은 오렌지 트럼펫 덩굴도 그려보았다. 정원을 거닐던 여왕 주위로 마법의 흙비가 뿌려졌다. 에스프레소 스프레이였다.

 이어서 여왕에 삶의 터전을 살리기 위한 컨셉, 바로 정원사의 꿈이 전개되는  디저트 2가 펼쳐졌다. 정원사들이 마법사의 주머니에서 씨앗을 얻어낸다는 스토리를 짰던 준은 짧은 숨을 뱉었다. 찰나에 연습기간을 떠올렸다. 탁자 위 물빛 트레이가 놓였다. 바질 으로 둘러싸인 팬케이크 위로 아몬드 가루가 흩어졌다. 초코와 녹차크림 물결이 일었다  작물들이 되살아났다. 로즈메리 잎 위로 일정한 모양을 내기 위해서 작고 부드러운 세계에 더욱 몰입했다.

 리은은 디지털 시계를 힐끗 보았다. 시선은 준에게로 멈췄다. 평소처럼 침착했지만 손은 더욱 빨라졌다. 행동반경 안에서 팀원들의 빈틈을 메우는데 능숙했다. 이제 성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에 희망과 사랑이 싹트리라.

경연 막바지에 다다랐다. 여왕과 정원사 둘만의 그림을 온통 설탕만으로 만들어나갔다. 장미와 라즈베리가 화려하게 피어났고 상큼한 레몬 향을 머금은 타르트가 분수처럼 플레이팅 되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마련된 쿠키슈 위로 여왕 미니어처가 자리했다.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휴우, 끝이다! 준은 3코스를 마치자마자, 사각모자를 고쳐 썼다. 팀원들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도 지었다. 거의 다 왔으니 이제 자신만 믿으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브레이크 타임 후, 심사위원단이 B구역으로 다가왔다. 리더 준은 감정과 의미를 잘 살려 주제를 설명했다. 리은은 준의 눈빛에서 자신감을 보았다. 라이브 경연에서 맛과 미적 플레이팅 그리고 스마트 재배 홍보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팀원들과 준은 충분히 만족했다.


보상과 보람의 최우수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생명력을 전해주는 정원사처럼 마법의 정원팀은 꿈의 실마리를 찾은 기쁨이 더욱 컸다_9

매거진의 이전글 정글의 정원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