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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꿀권리 Jun 18. 2021

학원을 보내도 독서습관이 들지
않는 이유


“민수야, 이제 4학년이 되었으니 독서 논술 학원에 다니자. 네 친구들도 다 다니지?”

“응? 학원을 더 다닌다고?”

“승재는 학원 많이 안 다니는데 승재 엄마가 그러는데 논술 학원은 초등학교 때 미리 다녀 두는 게 좋데 중학교 가면 책 읽을 시간도 없고, 학교에서 써야 할 보고서? 도 많고 주관식 시험도 많이 본데. 그러니까 지금 다녀야 해.”

“싫은데, 나 지금도 엄마가 책 읽으라고 해서 책 읽잖아.” 초등 학교 4학년이 되면 이런 실랑이를 하는 집이 많고 실제 상담도 많이 온다.



독서 논술 수업은 성격상 학원보다는 삼삼오오 성격이 맞는 엄마들끼리 은밀히? 개인이 지도하는 오래된 동네 선생님 한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애는 안 시키고 있어도 잘 표가 안 나고 어 하다 보면 주변에서 다 시키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특히 4학년부터 교과서는 어려워지고 부쩍 쓰기가 강조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1-2학년 때보다 엄마 말도 잘 안 듣고 엄마도 어떤 책을 골라주고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불안하다. 더구나 논술을 쓴다는 것은 왠지 전문가에게 배워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나을 것 같고 너무 늦으면 수준 차이가 나서 마땅이 들어갈 팀도 없을 것 같아 서두르게 된다. 수학도 자기 학년 한 학년 선행을 하고 있으면 학원 다니기도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상담 와서도 수학 과목과 같은 생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한게 아니고 엄마가 먼저 보내려고 하면 엄마가 학원을 보내려는 진짜 이유와 목적을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학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독서 논술 학원은 우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아이가 가기 싫어하고 숙제를 안 해 온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으면 왜 그러한 지 아이에게 이유는 안 물어보고 쉽게 엄마가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첫째.독서 논술은 잠깐해서는 결과도 없고 습관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업을 1주일에 한 번씩 하는데 글쓰기는 그렇다 하더라고 1주일 내내 책을 안 읽다가 수업을 가기 위해 부랴부랴 읽어 치우는 책읽기는 독서 습관도 들지 않는다. 독서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습관이 들지 않으면 학원을 다닐 때면 겨우 읽고 학원을 그만두면 책을 안 읽을 확률이 높다.


둘째, 1주일에 한번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 개개인의 흥미를 고려해서 책을 선정하고 수업내용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건 교사 입장에서 힘들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이 흥미가 없는 책을 하거나 책을 대출 읽어오면 수업에 참여도도 떨어지고 흥미를 붙이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참고하는 힘이 부족하다. 아니 아예 안 할 려고 한다. 전에는 선생님 말은 그래도 들으려고 했는데 점점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도서관에 가거나 서점에 가면 아이들이 책을 고르고 자신이 사고 싶은 책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특히 도서관에 가서 엄마 목적에 맞는 책을 빌려오고 아이에게 읽을 시간까지 정해주면 독서 습관을 들이기 쉽지 않다.


셋째, 독서는 토론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 수업이기 때문에 보통 4-5명이 팀을 이루어 수업을 한다. 물론 학원에서는 비교적 선생님 위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이 동시에 수업을 하게 된다. 그래서 수업을 하다 보면 발표하는 아이만 발표를 주로 하고 책도 잘 읽어온다. 대충 읽어오거나 다 읽어오지 못해도 그 아이만 따로 수업을 하기 쉽지 않다. 수학도 한 아이가 이해를 못한다고 그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선생님이 설명해주지 않지 않는가? 독서 수업은 팀 수업이 가장 효과적인 수업 형태지만 모든 아이들이 같은 효과를 얻는 것 아니다. 그리고 한 두 아이가 재미있다고 하고 열심히 한다고 말하면 재미를 못 느끼는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엄마의 간섭없이 하루에 30분씩이도 규칙적으로 엄마도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아이도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더 좋은 방법이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공부방을 하면서 나는 그 방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은 레고를 가지고 놀거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했다. 단지 거실이나 자기 방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공부방에서 놀게 했다. 아들들은 둘이 놀다가 자신들이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읽곤 했다. 이때 내가 독서 선생님이지만 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들이 읽고 싶은 책을 2번 3번 반복해서 읽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1년 이상을 보내고 아이들은 책 읽는 습관이 들었다.


내가 독서 선생님이지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간섭하지 않고 읽게 허용했기 때문에 독서 습관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팀으로 1주일에 한번 하는 수업으로 독서 습관이 생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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