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금전 관계를 맺게 될 수밖에 없다. 꼭 돈을 빌려 줘야만 금전 관계가 아니라 제 자식을 키울 때도 자연스레 아이에게 양육비가 들어가게 된다. 친구들과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누군가는 돈을 내게 되며 경조사를 생각할 때도 돈은 자연스레 오고 가게 된다.
잠시 돌이켜 보면, 필자는 학창 시절 부모에게 받는 도움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것이 감사한 일인지 조차 잘 인지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부모가 된 이후 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도 분명 힘들고 그간 보살핌에 감사드려야 할 일인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나 보다고 넘겨 버리기엔 아직도 사실 나의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 것은 좀 편하다. 항상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도움을 주셨으니까 그것이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어떤 일이 지속해서 반복이 될 때는 익숙해져 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받는 것은 편하지만 주는 것은 어렵다는 것에 있다. 늘 받는 것은 사실상 짧게는 문제가 안된다. 눈치는 좀 보일지 몰라도 그냥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는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속 주기에는 힘이 든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계속해서 주기에도 본인 사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주고받는 관계는 쉽게 깨져버린다. 그 관계가 깨져버린 이후엔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피해자가 된다.
이 문제는 복지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큰 대가 없이 쉽게 오고 가는 복지 정책은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익숙하게 만든다. 주는 정부 입장에서는 쉽게 끊을 수가 없고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 끝은 다행히? 다음 임기의 사람에게 자연스레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인지, 다들 복지 정책에 있어서는 후하게 생각한다.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내 임기 내에서는 줄 수 있으며, 그 끝은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 인생은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수가 없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고, 주는 것에 익숙해져서도 안된다. 특히 내가 남에게 자식과 같은 대우를 받고자 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저자 - 돈 대디(Money Da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