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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늬밤 Oct 31. 2022

퇴근 후, 글쓰기를 선택한 사람들

글쓰기 모임 프롤로그

  글쓰기 모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1년 전, 원래 참석하고 있던 독서 모임의 파트너 A씨가 개인 사정으로 더 이상 모임 진행을 못하게 되었는데 내게 대신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당시의 난 꽤나 글쓰기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여서, 이를 극복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A씨에게 '독서 모임 대신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다만 생각할 시간은 좀 필요해요'라고 말했고,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대뜸 "안녕하세요? 글쓰기 모임 파트너 맡아주시기로 하셨죠?"라는 낯선 이의 연락을 받았다. 음.. 갑자기 이렇게 된다고? 사건의 전말인즉슨, 독서 모임 파트너 겸 직장인 동호회 플랫폼 부대표였던 A는 나의 모호한 답변을 긍정적인 싸인으로(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받아들였고, 운영진에게 내 연락처를 주며 '오케이 진행시켜-'라고 해버린 것. 얼떨결에 모임 파트너가 되어버린  그렇게 글쓰기 모임이라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일주일 후, 내가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인 건가 하며 후회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모임 진행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면서 무슨 파트너를 하겠다고. 독서 모임이야 평소에 하던 것이니 익숙하지만 글쓰기 모임이라니? 혼자 일주일에 한 편 써내기도 벅차 하는 마당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글 쓰는 대장정을 어떻게 이끈단 말인가. 게다가 요즘 글 쓰는 사람이 많기는 한가? 누가 신청이라도 하려나? 아이고 또 일부터 저질렀구나, 하는 온갖 걱정과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 어쩌겠나. 시름시름 앓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쥐어짜며 계획을 세워 보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역 소모임 플랫폼과 연계하여 진행된다는 것. 그래서 모임의 컨셉과 커리큘럼만 잡으면 장소, 모임 전체 방향과 틀, 시간 및 진행 순서 등은 운영진이 어느 정도 지원 및 제공해주는 형식이었다. 그곳엔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다른 글쓰기 모임들도 있었기에 조금 색다른 모임도 괜찮겠다 싶었다. 문득, 그림을 함께 감상하고, 그림에서 건져낸 소재로 글을 쓰는 명화 글쓰기 모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어떤 작품을 보고 그 안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로 글을 쓰는 작업을 주로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동일한 그림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같은 주제와 그림을 두고 어떤 대화들이 나오며 그 끝에서 쓰여진 글은 또 어떻게 같고 다를지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명화 글쓰기 모임'이라는 컨셉 하에, 함께 볼 작품들을 선정하고 그림이 건네는 말들을 엮어 모임 커리큘럼을 작성해나갔다.


  멤버 모집이 끝나고 드디어 첫 모임 날. 어떤 사람들이 모였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둑해진 거리를 나섰다. 모임에선 매 회차별 제시되는 그림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나누고, 주제에 대한 글을 쓴 뒤 낭독 및 합평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대화와 글쓰기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는 멤버들의 마음가짐과 성향, 글쓰기 경험치를 보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가 초보인 멤버도, 어느 정도 글쓰기가 익숙한 멤버도 있을 테니까.



  과연 어떤 사람들이 올까. 퇴근 후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야심한 밤까지 글을 쓰겠다고 모인 이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려나. 준비한 자료들과 노트북을 들고 빠른 걸음걸이로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가득 안은 채 모임 장소로 향했다.


  이 문을 열면, 어떤 글쓰기의 세계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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