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와 풍요를 번갈아 느끼며
볕이 좋은 창가에 앉아 커피가 담긴
유리잔을 매만지며 생각한다.
어딘가에 무엇을 놓고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무엇을 놓고 왔는지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나보다 먼저 살아온 이들의 흔적들을 더듬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길 위에서 챙겨 온 짐들 을 하나둘씩 내려놓지 못하면 완주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상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테야
쉽사리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우리에게
내려놓는 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상실에도 이유는 있겠지.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고 비우고, 그렇게 공허와 풍요를 번갈아 느끼며 여행하듯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