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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Apr 03. 2024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하는 게 먼저

셔터만 누른다고 원하는 사진을 가지는 건 아니야.

마흔이라는 나이는 삶의 청사진을 그리기에 좋은 나이다. 누군가는 무슨 그런 얼토당토 아니한 말이 있냐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들의 머릿속에 미래를 그리는 시기란 대학 원서를 쓰기 전 청소년기 또는 적어도 취직 전 대학생 신분일 때라고 입력되어 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스무 살까지는 그냥 밥 먹는 시기였다. 열심히 먹어야 하는 시기다. 몸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먹고 자라는 시기인 것처럼 생각과 마음도 이것저것 먹으며 자라는 시기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한정된 것들을 먹는다. 늘 비슷한 밥만 먹어서 내 입맛이 그것인 줄 안다. 가정, 학교, 근접한 사회환경 안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게 전부인 줄 알고 고집과 틀이 만들어지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제대로 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직 나도 나를 제대로 모르고 세상은 더 모른다. 


진정한 자아탐색은 스무 살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고 깨지면서 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며 나를 넓혀간다. 그제야 비로소 먹은 것들을 소화하고 나를 위한 영양분을 챙겨갈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고 섭취한 모든 것이 영양소가 되지 않듯이 나에게 맞는 가치들은 저장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게 된다. 


좋고 나쁨이 따로 있어서 그런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하는 나만의 기준으로 하는 저장과 배출인 것이다. 그제야 성숙되고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니었음을 알고 자기 인식이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원하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도 않은 채 단편적으로 끌리는 삶만 좇으며 살았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마음에 새기지도 않은 채 그저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곳곳마다 셔터를 눌러댔다. 일단 열심히 찍으면 언젠가 환상적인 사진이 내게 남겨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부터 생각해야겠다. 무엇을 담고 싶은지 먼저 충분히 생각해야겠다. 그리고서 그것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서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때를 기다리기도 하면서 내가 원하는 최선을 다해야겠다. 원하는 사진을 만날게 되리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쓸 수 있는 필름이 모두 끝날 때까지 열심히 셔터를 누를 테다. 그렇게 원하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바라던 사진을 만나던 만나지 못하던 마지막 나의 사진은 필연적으로 보물 같은 사진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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