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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미상 Sep 01. 2023

감사

   언제부턴가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제가 이뤄왔던 것들이 온전히 제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후로는 감사 인사를 꼭 습관처럼 합니다.


   종종 감사 일기를 쓰기도 하는데요. 이 일기장은 감사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일기예요. 처음에는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보통 감사하다는 말은 누군가가 도움을 주었을 때 하는 것이고, 제 몫도 해내기 힘든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러니 감사할 일이 딱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감사 일기의 앞부분에는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들이 있을 때만 기록을 해두었어요. 그러니까 감사함을 느끼는 일은 타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좀처럼 감사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차 부품이 망가졌는데, 처음에는 돈 걱정에 걱정부터 앞섰지만 나중에는 운전 중에 망가진 것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라며 감사함을 느꼈어요.


   또 오늘은 이제 막 산책을 나가는데 거짓말처럼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딱 그친 게 그렇게 감사하더라고요. 산책이 참 필요했던 날이었거든요. 그런 날들에는 꼭 thanks to란에 ‘세상’이라고 적습니다. 그렇게 적다 보면 세상이 꼭 밉지만은 않더라고요.


   감사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그냥 지금을 누리는 게 큰 행운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냥 좀처럼 특별한 것들을 하지 않아도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매 순간, 제게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들에 꼬박꼬박 감사해하며 살고 싶어요. 뭐, 또 이러다 세상이 너무 미워지면 감사는 무슨 세상을 또 미워하고 증오하겠지만요!


   하지만 여전히 무엇보다 감사한 건 우연히 찾아온 행운들보다 누군가가 건넨 따뜻한 손길이라는 것도 압니다. 사실 오늘은 유독 저를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 많이 떠오르는 날이었거든요. 오늘은 제게서 그분들의 모습이 보였던 날이었어요. 저는 누군가가 건넨 따뜻한 손길은 꼭 그 사람에게 흔적을 남긴다고 믿어요. 저에게도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오늘 누군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거겠지요. 아무튼 오늘도 감사한 것 투성이에요. 오늘의 감사 일기장은 좀 길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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