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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미상 Dec 31. 2023

거짓이 섞인 나의 글

   저는 종종 글을 쓸 때 조금의 거짓을 씁니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쓰는 글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었어요. 제 글인데도 거짓을 넣는 것을 보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기도 했구요. 그래서 줄곧 글쓰기를 미루고 어려워했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글인데도 늘 확신이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쓰기 특강 질문 시간에, 용기 내서 글쓰기와 관련된 질문을 했습니다. 글을 쓸 때 아주 조금의 거짓을 쓴다고, 그래도 괜찮은 것이냐고. 아마 그 당시에는 거짓이 섞인 글은 솔직한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뚜렷한 답변이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보니 듣고 싶은 답을 듣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여쭤보니, 작가님께서도 종종 그런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브런치에 썼던 글 중에는 ‘삶과 유한함은 같은 빛깔이다’라는 제목의 글에 조금의 거짓이 섞여 있어요. 이 글은 제가 끝, 그러니까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유한함(이를테면 죽음)을 이제는 긍정할 수 있다는 글이었어요. 일찍이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먼 곳에 보내드리고, 언제부턴가 저는 끝을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끝이 무서워 지레 겁먹고 시작하지 못했던 일들이 숱할 정도로요. 이후에 시간이 지나, 아주 조금은 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시간이 지나 마음이 좀 넉넉해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끝을 긍정할 수 있다고 글을 썼지요. 하지만 이후로도 전 여전히 끝을 무서워했고, 그것이 제 삶의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글에는 여전히 끝을 두려워하면서도 이제는 끝을 긍정할 수 있다는 거짓말이 조금 섞여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글을 쓴 이후로 거짓말처럼 조금은 끝을 사랑할 수 있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제가 쓴 글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밝히는 다짐이자 포부였어요. 아직 완전하게 굳어진 삶의 태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향하는 것들을 지켜내며 살려고 글을 썼던 거지요. 내가 쓴 글 속에는 부적 같은 힘이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래서 거짓을 쓰면서까지 사실과는 좀 다르게 글을 쓰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지향하는 바를 꾸준히 지켜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사람은 되지 못하기에 아마 앞으로도 작은 거짓이 섞인 글을 쓸 것 같아요. 제 글 속의 부적 같은 힘을 믿고 이후에 달라질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는 그렇게 거짓을 조금 섞었던 글이 오히려 그 당시의 저를 완벽하게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 했던 다짐이 오늘은 영영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바뀌는, 철없고 부족한 제 지금의 시절을 그런 거짓말들이 되려 저를 더 완벽하게 나타내주고 있는 거죠.


   아직도 끝을 완전하게 긍정하진 못합니다. 그래서 자주 주저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글에서 쓴 것처럼 끝을 인정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그래서 거짓을 좀 섞어가면서라도 글을 쓰는 게 그게 다 지금의 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런 거짓말들도 자취를 감출지도 모릅니다. 그런 거짓 없이도 지향하는 바를 잘 지켜내며 살아갈 수 있을 때쯤이면요.(꼭 그러길 바라고요.) 하지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외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위태롭고, 또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면서라도 내가 생각한 깨달음을 지켜내며 살고 싶고. 무엇이 제 모습인지 선명하게 알 순 없지만 이렇게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간 윤곽이 잡히리라 믿어요.


   거짓을 조금 섞는 글에 대한 고민을 딱 작년 이맘때 했었는데요. 1년 후의 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린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제 글에서 숨지 않아야겠다고 또 다짐하며 올해의 마지막 글을 씁니다! 다가오는 해에는 더 나다운 글을 쓰고 싶어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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