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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미상 Jan 28. 2023

"선생님은 왜 이렇게 사연이 많아요?"

사연 많은 도덕 교사의 수업 이야기

"선생님은 왜 이렇게 사연이 많아요?"

     났다. 20 남짓한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고,  학생이 수업 시간에 나에게 질문을 건넨다. 신규 교사로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다양한 돌발 상황이 일어났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2학기에는 사회적 약자, 소외된 사람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세상이 있음을  깨닫길 바라며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무리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언어 민감성' 수업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들, 매체에서 나오는 유행어들, 무심코 썼던 비속어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있음을 자주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관련된 단어들과 대화들을 10 정도 선정했다. 물론 너무 자극적인 단어들은 비교육적일  같아, 아이들이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들을 유심히 살펴서 수업 자료로 선정했다. 모둠원들과 토의해서  이런 단어와, 말들을 쓰면  되는지 근거를 대서  보라고 했다. 우리가 그동안 배웠던 여러 사회적 약자를 떠올리며 말이다.


   학교에서 선생님 앞에서 욕을 쓰는 것은 절대  된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은 수업에서 비속어를 언급하는   신기했나 보다.


"아니 얘들아 병x 왜 쓰면 안 돼? 이유를 써야 돼."

모둠원들에게 말하고는, 내 눈치를 살핀다.

"아, 선생님 제가 욕을 쓴 게 아니라 여기 학습지 표에 있는 6번 병x 말한 거예요. 아시죠?^^;"


   활동 시간이 끝나고, 10개의 단어와 문장을 살피며,  이런 말들을 쓰면  되는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장애인에게 왜 장애를 극복하라고 하면 안 될까요. 좋은 의미로 응원하는 말인 것 같은데."


"병x이라는 단어를 왜 쓰면 안 될까요? 오늘도 저는 학교에서 이 단어를 들은 것 같아요."


"자살각이네, 이런 말은 왜 쓰면 안 될까요?"


   아이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때로는 정말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이건 써도   같은데' 하는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하나하나씩 이유와 근거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이런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종종  가지 단어들은  경험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은 교사 개인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교단에 서보니, 정말 교사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훌륭한 예시이자, 소스였다.)


"선생님은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어요. 자살이라는 단어를 재미로 쓰는 사람들을 보면,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요."


"선생님 주변에는 암에 걸리신 분이 계셔요. 암뿐만 아니라 여러 병들과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지요. 그런 병들을 조롱하는  결국 투병하는 모든 사람들, 환자의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지요."


   그러다 어떤 아이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은  이렇게 사연이 많은 것이냐고. 그동안 크고 작은 돌발상황은 많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나름 합리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많은 사연을  개인이 경험하는  가능하기나 할지. 속으로 호흡을   내쉬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렇죠. 맞아요. 선생님은 정말 @@ 말처럼 다양한 상황을 많이 경험한  같아요. 그런데  다행이었어요. 선생님은 그런 경험을  좋게 많이 해봐서, 다른 사람에게 몰라서 실수하는 일이 많진 않았거든요.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선생님도 아마 미디어에서 나오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유행어들, 비속어들을 썼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여러분도, 저도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있음을  알아야 해요."


   물론 위에서 적은 것보다 훨씬 정돈되지 않게 말했으며,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수업이 끝나고도 학생의 질문은 뇌리에 박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사연이 많다니.. 내가 사연이 많다고..?'


   아이들에게는 저렇게 말해놓고서, 다양한 사연을 가지는  역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같다. 그런 것들을 겪지 않았다면 조금은  삶이  기쁨으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하고.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을 살아오면서, 여러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보면서, 그만큼은  세상이 넓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들은 내가 "몰라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기도 했으니.


   내년에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질문을 해오면, 그때는   확신을 갖고, 당황하지 않고 말을 해줄  있을  같다. 선생님은 운이 좋게도 사연이 많아서 그만큼 세상이 넓어졌다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적어질  있었다고. 그러니 우리 함께 우리의 세상을 넓혀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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