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셜리shirley Dec 06. 2023

5. 10주간 EAP 어학과정의 시작

-왕복 3시간 통학지옥의 시작

우여곡절끝에 나는 결국 기적적으로 집을 구하게 되었다. 스터디룸이라고 해서 창문도 없는, 싱글침대 하나와 책상 의자, 그리고 옷걸이 하나가 다인 아주 작은 방이지만 내 한몸 누일곳이 생겼다는 사실이 그렇게 안도될수가 없었다. 집은 생각보다 깔끔한 아파트였고 트램역과 마트도 5분거리라 위치도 좋았다.


이사를 한 다음날부터 10주간의 어학과정이 시작되었다. 대학원을 가기전 파운데이션 과정으로 호주의 대학에 적응하기 위한 어학과정인데 이 과정을 수료해야만 대학원으로 진학할수 있었다.

가장 큰  난관은 학교의 위치가 집에서 굉장히 멀었다는 것인데 트램으로 40분, 버스로 40분, 걸어가는 시간을 합하면 거의 1시간 반정도는 족히 걸렸다. 게다가 수업은 8시반 시작이니 적어도 7시에는 집을 나서야 수업시간에 맞게 도착할수 있었다. 아침잠이 유독이나 많은 나에게는 정말이지 고역과도 같은 일이었다.

 

학교로 가는 첫날, 새벽 6시반에 일어나 백팩을  영락없는 학생인  모습이 어딘가 낯설었다. 8월은 호주의  겨울이니 새벽날씨는 꽤나 쌀쌀했다. 설렘반 걱정반을 안고 학교로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길었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해안도로를 타는 덕분에 해가 뜨며 반짝이는 해변을 바라볼수 있었다.그랬지, 여기는 골드코스트였지. 집을 구하느라 여기가 해변이 아름다운 휴양지라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첫날은 오리엔테이션, 나와 같은 뉴비들이 처음으로 학교에 도착해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학교시설들도 둘러보면서 앞으로 10주간 함께할 선생님들과 기존 학생들과도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해보니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온게 거의 8년전인데 그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수업과정자체가 일반 영어를 배우는 어학과정이 아닌 호주 대학에서 필요한 아카데믹한 스킬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업 난이도 자체가 높았다. 매일 하루 5시간 정도의 수업과 그리고 매주 무시무시한 과제와 시험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모든걸 통과해야만 무사히 나의 석사과정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어마어마 했다.

한국에서 아이엘츠 시험공부만 주구장창 했지 에세이를 쓰는 법이라던지 참조문헌을 어떻게 찾고 각주를 어떻게 다는지 이런걸 배워본적이 없었어서 처음 수업을 따라가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하지만  과정없이 바로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더라면 적응하기 더더욱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하니  과정을 듣는게 나에게 도움이 될것은 확실했다. 5 왕복 3시간의 통학과 매주 치러야 하는 과제와 시험, 나에게 분명 쉽지않은 10주간이라는걸 첫날에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길고  고민과 여정끝에 유학생이 되기를 선택했고,  모든걸 감당하는건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10주간의 여정, 그리고 나는 그것이 겨우 이 험난한 유학생활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4. 미친 호주집세, 내 집은 어디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