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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Dec 28. 2023

6.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갓생입문

-낮에는 학생, 저녁은 스시집캐셔

 본격적인 유학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집세와 생활비가 어마무시하게 나가는 바람에 나는 하루빨리 일을 구해야했다. 골드코스트로 이사온지 이틀만에 바로 구직 활동을 시작했고, 가장 빠르게 구할수 있는일은 한인잡, 이른바 한국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일이었다.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구인공고를 확인하고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서 면접이 잡히면 연락이 오는 구조였다.


처음 이력서를 넣은 곳은 집에서 가까운 일식 이자까야 집이었는데 일주일에 이틀은 새벽1시까지 근무를 해야한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생각하니 도무지 일하기 힘들거 같았다. 두번째로 지원한 곳은 인근그리피스 대학 주변의 스시집. 트램으로 10분이면 갈수 있는데다 시간대가 4시-8시로 학교 다녀와서 일할수 있는 시간으로 딱 맞았다. 인터뷰를 보고 트라이얼을 마친후 바로 일을 시작했고 골코에 온지 3일만의 일이었다.


5년 전, 멜버른 워홀때 일을 구하기까지 2주가 걸렸던걸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프로세스였다. 그때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는데 이제는 주5일 학교를 무조건 가야하는 학생비자. 게다가 집세는 하늘무서운줄 모르고 오르고 있었고 생활비 역시 무시무시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일을 할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일주일에 한번 주급이 나오는데 딱 집세와 교통비만큼을 벌수 있었다. 빠듯한 통장잔고를 보며 한숨을 매일같이 내쉬었다.


그나마 식비를 줄일수 있었던건 스시집에서 남은 스시를 챙겨와 저녁을 먹거나, 다음날 학교에 도시락으로 챙겨갈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아침 6시반에는 일어나 학교 3시간 통학을 하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거의 바로 일을 가야하는 생활이 반복되자 피곤으로 몸이 지쳐갔다. 더군다나 과제나 시험이 있을때는 일을 마치고 나서도 공부를 해야했고, 주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은 옛 조상님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인줄 알았는데 내가 딱 그 상황이었다.


스시집 일은 생각보다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홀서빙과 캐셔, 우버 주문에 테이크어웨이(테이크아웃) 주문까지 관리해야했는데 처음엔 두명이 일해서 어느정도 할만했지만 인건비를 줄이고 싶어하는 건 어느 비지니스나 마찬가지. 점점 거의 대부분 혼자서 이 모든걸 감당 해야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헤드쉐프는 뭐가 불만인지 나에게만 유독 까칠하게 굴었고, 키친과 소통이 필수인 나에게 여간 껄끄럽지 않은 근무환경이었다.


특히나 힘들었던건 사장님의 직원을 대하는 태도였는데, 사장님의 잔소리는 근무가 끝난 카톡방으로도 아침이고 늦은밤이고 계속되었다.

어느날은 갑자기 출근전 급성장염으로 도저히 근무가 힘들거 같다는 전화를 하자 그걸 지금 얘기하면 어떡하냐고 대체 인력도 없는데 어쩔거냐고 버럭 화부터 내는 사장님이었다. 사장님한테 직원이 아픈거 따윈 1도 걱정할 일이 아닌거겠지. 아픈거도 서러운데 내가 왜 이런 욕을 먹어야 하나 싶어서 그날 출근하겠다고 했다. 그날은 정말 스시집 근무 역대급으로 바쁜날이었고, 책임감없다는 소리는 죽기보다 듣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렇게 겨우 정산을 마치고 나서야 사장님은 수고했다며 전화가 왔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돈없는 알바생은 아파도 일하는 기계처럼 취급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집세를 벌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내가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 참고 삭히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던거 같다. 지위나 처한 환경으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않기로. 그리고 보란듯이  시기를 이겨내서 나같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삶을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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