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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Jan 24. 2024

8. 악랄했던 2주 노티스, 2번이나 집에서 쫒겨나다

-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은 남일인줄 알았지

    

 새해가 되었고, 크리스마스와 new year 홀리데이가 끝나자마자 바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는 일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야했고, 나머지 시간은 주 4일정도 일을 할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복지 전반의 law와 policy를 다루는 수업은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고, 첫 과제에서부터 이미 에세이 주제를 뭘 써야할지 굉장히 헤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리하게 연말에 멜버른 여행을 다녀오느라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카페로 이직해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하고 싶던 커피일을 하는건 너무 만족했지만, 운영시간도 줄고, 내 시프트도 덩달아 줄어버리자 도무지 지금의 수입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결국 투잡의 길을 선택하기로 결심하고 채용공고를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내 조건에 맞는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겨우 발견한 일식집 홀직원 구하는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자 전화인터뷰를 보자는 답장이 왔다. 이번에 새로 골드코스트 지점에 생기는 레스토랑인데 오픈멤버가 필요하다고 했고 오픈 날짜에 맞춰 트라이얼을 와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은 사실상 간단했다. 웨이트리스이기 때문에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계산하고 청소하는 결국은 내가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일.      


어쨌든 그렇게 금토일은 고정으로 일을 할수 있게 된 덕분에 생활비 걱정은 덜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노동 강도는 굉장했다. 오픈했다는 소문에 손님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고 매일이 웨이팅의 연속이었다. 설거지를 너무 많이 하다보니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다. 정신없이 손님을 응대하고 자리를 치우고 마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지쳐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특히나 토요일은 풀타임으로 약 7-8시간정도 시프트를 받았는데, 하루종일 일하고 나면 정말 극심한 피로에 시달려야했다. 가끔 금요일에 카페 시프트를 받게 되면 카페시프트가 마치고 나서 1시간정도 쉰 후에 바로 저녁에 일식집 일을 가야했는데 그렇게 일하고 나면 정말이지 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오프에는 과제를 해야 하는 부담감에 쉬는게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투잡러 대학원생의 고된 날들은 계속되었다. 일이든 공부든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이 모든 걸 병행하는 삶이 나에게는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주거에 대한 불안정이었다.  



  골드코스트에 처음 왔을 때부터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이 주거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은 쉐어하우스의 ‘2주 노티스’라는 규칙이었는데, 쉐어생이 2주안에 이사하겠다는 노티스를 집주인에게 주는 것 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2주안에 집을 나가달라고 노티스를 주면 이유 불문하고 쉐어생은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악랄한 규칙이었다.


처음 2주 노티스를 받은 건, 한국인 커플과 쉐어하던 집이었는데, 원래 이집이 4명이 아닌 3명이 살아야하는 집이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나온 인스펙션으로 이미 경고를 받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기전에 나와 쉐어메이트가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통보였다. 그럴거면 애초에 한명만 쉐어를 받을것이지 이제와서 집을 비워달라는 말이 너무나 어이없었다. 하필이면 쉐어할 집 공고자체도 많이 올라오지 않을 시기였고, 2주안에 집을 구한다는 말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집세가 계속해서 오르는 때에 예산을 초과하는 집을 들어가기에는 이미 무리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집을 알아보다가 겨우 기적적으로 구한 집은 원래보다 주에 10만원이상은 더내야하는 곳이었다. 놀랍게도 한달에 100만원을 내야하는 계산이 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사할 집이 필요했고, 집주인들도 호의적이었고 아파트인 시설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 이집이 나에게 지옥이 될것이라는걸.      


첫날 이사하자마자 바퀴벌레가 나온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2층집에 방충망도 없는 집이라 온갖 벌레들과 인사를 해야했다. 또한 매번 청소에 대한 잔소리와 자기네들의  규칙을 매번 만들어대는 탓에 카톡방이 쉬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시달렸던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점점 도가 지나칠 수준이었다. 잠깐 불을켜놓고 방을 비우면 전기세 나가니까 불좀 끄고 다니라는 잔소리가 바로 단톡방에 날라왔다. 그리고 가장 견딜  없었던  지독하게 더웠던  방이었는데,  통창에 암막커튼으로 아무리 가려봐도 햇빛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탓에 아침마다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더운 열기에 매번 깨야했다. 전기세가 많이 나오니 웬만큼 덥지 않으면 에어컨은 자제해 달라는 집주인의 당부에 잠시 열기를 꺼트리고 나서는 에어컨을 꺼야했다.


마지막으로 전기세 bill 대한 계약위반이었는데, 처음에 이사올때 분명히 bill포함으로  300불에 계약을 했는데 갑자기 1달이 지나기도 전에 전기세가 평균보다 많이 나오면 추가로 청구를 해야할거 같다는 말도 안되는 통보를 해오는 집주인이었다. 일단  평균값 전기세라는 것이 너무 주관적이었고,  무더운 여름날에 에어컨을 안쓸수가 없는데 그것도 고려하지 않은 얼토당토없는 전기세 평균값을 주장하더니 결국 추가로나온 전기세를 전부 내라는 말에 이건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게다가 전기세는 3달에 한번 내는 거였는데 내가 지냈던  2달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최악으로 치달은 건 개인적 상황 때문에 2주 노티스를 드려야 할 거 같다며 2주안에 집을 나가라고 하더니 보증금에서 전기세와 청소비를 제하겠다는 통보. 돌려받아야할 600불에서 자그마치 180불이나 제한 금액을 돌려주겠다니. 집에서 쫒아내는것도 모자라 받아야 할 보증금에서 계약위반의 전기세를 차감 하겠다는건 누가 봐도 날강도나 하는 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건 너무 부당하다, 3달치 전기세가 정확하게 나오면 그때 다시 청구하라고 얘기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되려 나보고 그러면 에어컨을 좀 적게 트셨어야죠. 그리고 그 돈이 그렇게 많은 돈이냐고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냐는 식이었다. 그리고는 빨리 계좌번호 부르시라고, 남은 보증금도 안 받고 싶냐고 협박까지 하는게 아닌가. 그때 깨달았다. 이 사람은 어떻게든 내 돈 뜯어먹으려고 제대로 작정을 한 사람이라는걸. 어떻게 같은 한국인이, 그것도 여기서 10년이나 살았다는 사람이 겨우 주에 400불 벌어 집세로 300불을 내는 유학생 상대로 이렇게 돈을 착취하려고 할 수 있을까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사실 호주에서의 한인커뮤니티란 생각보다 좁았다. 대체 나랑 언제 어떤식으로 다시 만날줄 알고 이렇게 말도 안되는 갑질을 할 수 있을까. 같은 한국인에 대한 모든 정이 떨어지는 순간이었고 인류애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주거에 대한 불안감은 곧 나의 유학생활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집도 제대로 없는데 여기서 공부를 해서 무엇하나 라는 회의적인 생각들이 몰려왔고, 정말이지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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